“어쩐지 허전하더라”…식품업계, 양 줄이며 가격 ‘꼼수 인상’
일각 “용량 줄일 때는 스티커 등으로 소비자에 고지해야”
풀무원은 최근 봉지당 5개였던 ‘탱글뽀득 핫도그’ 패키지 제품(사진)의 개수를 4개로 줄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8980원(4개·400g)에 팔리는 이 제품은 이전에는 똑같은 가격에 5개(500g)가 들어 있었다. 개수를 줄이면서 대형마트 기준 10g당 가격은 225원이 됐다. 이전처럼 1개(100g)를 더 먹으려면 225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용량을 줄여 사실상 식품 가격을 올리는 눈속임 상술이 새삼 도마에 올랐다.
제품 용량을 은근슬쩍 줄이기는 동원F&B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서 양반김의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줄였다. 참치 통조림도 용량을 100g에서 90g으로 10g 낮췄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카스 맥주 묶음 제품을 1캔당 기존 375㎖에서 370㎖로 5㎖씩 줄였다. CJ제일제당도 이달 초부터 편의점용 냉동 간편식품 ‘숯불향 바베큐바’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였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9월 유제품 비요뜨 중량을 143g에서 138g으로 줄였다. 오리온도 지난해 9월 초코바 핫브레이크 중량을 50g에서 45g으로 줄였다.
해태제과 고향만두와 롯데칠성음료 델몬트 오렌지주스, 농심의 양파링과 오징어집, 롯데웰푸드의 꼬깔콘과 카스타드, 하리보 젤리 등 역시 지난해와 올해 들어서 용량이 줄어들었다.
가격은 동일해도 용량이 줄었기 때문에 단가로 따지면 가격이 인상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양이 줄어드는 슈링크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심해지고 소비자의 경계심이 높아지자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소비자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식품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여도 포장지에 깨알처럼 적혀있는 중량을 꼼꼼히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일각에서는 포장은 동일한데 용량을 줄일 때는 별도의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제품 용량을 줄일 때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지만, 브라질에서는 변경 전과 후의 용량, 용량 감소 비율을 포장에 표시하도록 한다. 프랑스는 용량을 변경할 때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