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악화·원화 약세 ‘덕분에’…7년 만에 ‘환율 관찰대상국’ 제외
리스크 줄어 수출에 긍정적 효과
‘경제 기초체력 약화 방증’ 지적도
한국이 7년여 만에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치가 한국의 환율 대응 여력이 높아지고 대외 신인도가 오르는 등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관찰대상국 제외는 경상수지 흑자 감소, 가파른 원화 약세 등 ‘불황’에 따른 조치여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낸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이하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스위스를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했다.
미 재무부는 교역촉진법상 3개 요건(대미무역 흑자 150억달러 이상·경상흑자가 GDP 대비 3% 이상·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이상) 가운데 2개에 해당하는 국가를 관찰대상국으로, 3개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이번에 3개 요건 가운데 1개(대미무역 흑자)만 해당돼 관찰대상국에서 빠졌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이번 조치로 대외 신인도는 오를 수 있으므로 긍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찰대상국 제외로 미국과의 무역분쟁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등 무역 리스크 감소로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이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이유가 가파른 원화 약세를 완화하기 위해 달러를 계속 내다 팔고, 여기에 수출감소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마냥 호재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 재무부는 특정 국가가 달러를 사들여 통화를 약세로 만들면 수출 증가를 위해 외환시장에 의도적으로 개입했다고 본다. 그 기준은 GDP의 최소 2% 규모의 달러 순매수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이후 달러를 사들이기는커녕 팔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화 순매도 규모는 458억6700만달러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1억달러, 60억달러 순매도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이 너무 가파르자 정부는 외환시장에 달러를 퍼부어 원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달러를 너무 써 외환보유액 감소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정부의 미세조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화 약세는 주요국보다 가파르다. 이는 한국 경제가 그만큼 안 좋다는 의미도 된다.
한편 최근 대미 무역흑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베트남은 관찰대상국에 신규 지정됐다. 환율 관찰대상국은 베트남을 포함해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6개국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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