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중국통’ 릭 워터스 “미, 중동 집중은 단기적…중국과 전략 경쟁은 변함없어”

김유진 기자 2023. 11. 8. 22: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에 “대화 강화 등 소박한 결과” 전망
중의 중동 중재 역할에 “미국도 수십년 걸린 일” 회의적 시선
양안 문제 관리 부재 우려…북·러 밀착, 대중 불확실 키울 것
릭 워터스 전 미국 국무부 ‘차이나하우스’ 조정관 겸 중국·대만 부차관보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유라시아그룹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에서 ‘두 개의 전선’을 마주하게 됐다.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상징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여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점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 국무부 ‘차이나하우스’(중국조정실) 초대 조정관을 지낸 릭 워터스 전 중국·대만 부차관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중동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대응을 제약하겠지만, 미·중 전략 경쟁의 성격상 앞으로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문제에 가장 많이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중순 개최될 것이 유력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돌파구가 마련되기보다는 고위·실무급 대화 강화 등 “소박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양국이 오판으로 인한 충돌 위험을 막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내건 ‘디리스킹’ 의미가 모호하지만 중국에 보내려는 메시지 차원에서 ‘디커플링’과는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27년간 국무부에서 미·중관계를 다룬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동 담당 과장을 지내 중동 사정에도 밝다. 중국이 중동 평화 ‘중재자’를 자처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도 수십년이 걸렸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지난 6월 국무부 차이나하우스 조정관 직에서 퇴임한 이후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치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모두 여러 이유로 관계 안정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 정상회담 성사의 핵심 배경이다. 지난해 발리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양국 간 차이가 통제불능이 되지 않도록 관계관리를 위한 기반을 설정하는 데서 출발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고위급 및 실무 협의 채널을 강화하는 식이다. 인적 교류 분야에선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 전 미·중 정상회담에서처럼 공동성명이나 새로운 중대 구상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훨씬 더 소박한(modest) 회담이 될 것이다.”

- 10년 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이 중국을 ‘책임 있는 국제 행위자’로 유도할 기회를 놓쳤다고 보나.

“오바마 이전에 부시 행정부 때도 미·중 간 안보나 경제 논의를 위한 야심찬 틀이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관여를 통해 중국을 바꾸려는 시도가 명을 다했다는 인식이 나타났고, 중국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속도를 냈다. 이는 바이든 정부 정책과도 연속성이 많다. 다만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를 담당할 고위 인사를 유지하려고 꾸준히 노력했다. 지난해 발리 회담 이후 재정·경제·전략 부문의 5~6개 각료급 대화 채널이 등장했다. 지금 문제는 양국 군사 당국 간 대화와 펜타닐 문제 등을 다룰 법 집행 및 무역 당국 간 논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양측이 오판해 충돌하지 않도록 군사 당국 간 관계 안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 대만, 남중국해, 한반도 등 특히 충돌 위험이 있는 지역이 있나.

“최근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한 중국(전투기)의 위험한 근접비행이 우려스럽다. 국제법에 부합하는 미국 군사 활동을 자국 영토에 대한 접근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미국의 반작용을 부를 위험이 큰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중이 근본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해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대만의 경우 중국이 당장 대규모 상륙·침공에 나설 것으로는 보지 않지만, 양안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틀이 오래 부재한 점은 우려스럽다.”

- 미국이 대중 접근으로 내세우는 ‘디리스킹’을 정의한다면.

“의미상 모호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국가안보의 경계를 그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 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중국에 어떤 신호를 보내려 했는지다. 디커플링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갖는다. 반면 디리스킹은 국가안보나 가치,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에 대해 ‘작지만 높은 울타리’를 세우고, 공급망 위험이나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일정한 공급망 회복력을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두 단어가 중국에 보내는 신호에는 분명 질적인 차이점이 있다.”

-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미국의 중국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로는 대응 폭과 강도 면에서 제약이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중동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미·중 전략 경쟁은 미국 글로벌 외교정책의 중심 이슈이다. 지역적 위기는 매년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고 향후 20~30년간 미국의 핵심 이슈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언급대로 전략 경쟁의 최종 상태는 미정이고, 오히려 끊임없이 지속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 대통령은 계속해서 이 경쟁을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 미국이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중동 사태가 불거졌다는 지적도 있다.

“가자지구 문제는 수십년째 명확한 해법이 없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철수할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제권을 갖고 공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하마스가 장악했고, 16년 가까이 통치했다. 하마스는 내부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근본적으로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한다. 가자 문제에 더 많이 집중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국의 역할을 전망한다면.

“지상전 이후 정치적 관리 메커니즘의 필요성이 대두할 것이다. 중국도 역할을 하기를 원할 것이다. 아직 중국은 역내 이익 추구와 피스메이커 역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도 수십년이 걸렸다. 중동 평화중재에서 최선은 분쟁관리, 상황악화 방지다. 이스라엘과도 어떤 식으로든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하마스 공격을 분명하게 규탄하지 않은 것은 전술적 실수였고, 이스라엘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 한·미·일 협력체제가 중국 견제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나.

“한·미·일을 비롯해 쿼드나 오커스 등 최근 지역 내 흐름은 두 가지 큰 지정학적 주제와 연관돼 있다. 하나는 중국의 공세적 행동 증가로 역내 국가들이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원하는 것을 재정립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한·미·일관계에서 보듯 역내 국가들끼리도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 중국의 북핵 역할론과 북·러 밀착이 동북아 지역에 미칠 영향은.

“중국은 보이는 것보다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만한 역량을 지녔지만, 미국이 원하는 만큼 대북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 궁극적으로 중국이 북한 정권에 이래라저래라 할 힘이 없다고 본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움직임으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 설정에도 불확실성이 생겼다. 과거 우리가 본 것처럼 북한의 도발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동북아 지형을 재편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 미 대선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미·중관계에 예상되는 변화는.

“전술적으로는 달라지겠지만, 워싱턴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폭넓은 초당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중국과 경쟁 관계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다만 아직 공화당 경선이 끝나지 않았기에 공화당 행정부의 정책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