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보다 불법 이민자가 중요한가” 진보의 아성 시카고 의회 점거 당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주(州) 시카고 시의회 특별회의장에 수백 명의 주민이 몰려들어 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회의는 중남미 출신 불법 이주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시 당국의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둘러싼 불만이 극에 달한 주민들이 회의장을 점거했다.
시카고선타임스 등에 따르면, 회의장에 난입한 주민들은 “성역도시(불법이주민 보호도시) 정책 반대” “대책 없는 불법 입국자 수용 반대” 등을 외쳤다. 소란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회의는 중단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중서부 ‘진보의 아성’으로 평가받는 시카고는 이민자들에 대한 성역 도시를 자처하면서 지난해부터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침을 펼쳐왔다. 보수 성향 텍사스주 등 남부 국경지대 지자체는 지난해 8월부터 시카고·뉴욕·워싱턴DC 등 진보 성향의 북부 대도시로 불법 이민자들을 내보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달 18일 “텍사스주는 지금까지 뉴욕에 2만800명, 시카고 1만6100명, 워싱턴DC 1만2500명 등 총 5만8000명을 성역 도시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후 밀려드는 이주민들로 임시 보호소가 부족하고, 공항 등 공공장소에서 노숙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시카고 웨스트타운 지구 주민들은 시 당국의 불법 이주민 보호소 조성 계획에 반발하며 존슨 시장과 시 당국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남서부 브라이튼파크 지구에 이주민 천막촌 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 지역구 시의원이 찾았다가 주민들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불법 이민자들이 머무를 숙소를 마련해야 하는데, 문제는 돈이다. 민주당 소속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관련 예산을 연방 정부에 요청해왔다. 시카고를 포함해 덴버·휴스턴·LA 등 4곳의 시장은 지난 2일 백악관을 찾아 불법 이주민 문제 해결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주민 유입과 관련해 지방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의회에 14억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는데, 이 시장들은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라며 50억달러의 추가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시의회에 따르면 시카고 시가 불법 이주민 보호를 명목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월 4000만달러(약 524억원)에 달한다.
시카고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법 이민자들을 계속 지원해야 할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앤서니 나폴리타노 시의원은 “시의회는 주민들을 대표하기 위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돼있고, 주민들은 지금 우리 도시가 당면한 ‘불업 이민자 홍수’ 문제들에 대해 너무나 듣고 싶어한다”며 “회의를 무산시키는 대신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질문에 답했어야 한다”고 했다. 규제위원회는 “회의 일정을 다시 잡고 성역 도시 정책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카고시는 지난 5월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도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뉴욕시도 지난달 자녀가 있는 이민자들의 시 쉼터 숙박 요구를 반드시 시가 들어줘야 하는 내용을 담은 ‘쉼터 권리 명령’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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