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출신 회사 대표의 ‘기습공탁’

김소영 2023. 11. 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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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KBS가 심층 취재한 '형사공탁' 보도 이어갑니다.

지난해 12월부터 형사사건의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동의가 없어도 법원에 일정 금액을 맡기는 '형사공탁 특례'가 도입됐는데요.

문제는 재판 선고 직전, 피해자도 모르는 '기습 공탁'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연예인 출신 대표가 있었던 한 중소기업에서 일어난 직원 폭행과 강제추행 사건, 그리고 '기습 공탁'의 문제를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정을 넘긴 시각 노래방 복도,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의 손목을 끌어당깁니다.

남성은 여성의 신체 부위까지 만집니다.

연예인 출신으로 매출액 600억 원대 화장품 관련 중소기업의 실소유주인 A씨.

회사 대표였던 2019년 직원이던 B씨를 추행한 혐의로 올해 초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 측은 증인심문에서 B씨에게 "쇄골을 친 게 아니냐"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1심 선고는 A씨에게 벌금 3백만 원, A씨가 법원에 낸 공탁금 천만 원이 참작됐습니다.

[피해 직원/음성변조 : "(공탁금을) 먹고 떨어져라. 돈으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고작 천만 원으로…."]

다른 임직원 10여 명도 수년 동안 A씨로부터 폭행과 폭언,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합니다.

술자리에서 '엎드려 뻗쳐'나 '팔굽혀 펴기'를 해야 했고, 재떨이에 담긴 술을 마시게 하는 등 괴롭힘도 이어졌습니다.

[피해 직원/음성변조 : "술을 먹는 종이컵에 담배를 피워요. 재떨이 용도로 사용을 하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 술을 넣어서 먹으라…."]

검찰은 피해가 입증된 폭행 2건을 기소했고, 재판부는 두 사건에서 A씨에게 벌금 3백만 원과 집행유예, 벌금 백만 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이번에도 A씨가 법원에 낸 각각 천만 원과 5백만 원이라는 공탁금이 유리하게 참작됐습니다.

1심 선고 닷새 또는 엿새 전 이뤄진 '기습 공탁'이었습니다.

피고인의 공탁이 유리하게 참작되는 걸 막으려면, 피해자는 직접 법원을 찾아 '회수 동의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고 직전, '기습 공탁'이 진행되면 이 절차를 밟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피고인은 공탁을 걸지만, 피해자는 공탁을 당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윱니다.

[정민석/사건 담당 변호사 : "형사공탁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 사례와 같이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돈으로 감형받는…."]

A씨는 1심이 선고된 3건 외에도 상해와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들, 이번에도 A씨가 법원에 공탁금을 건네고 또 감형 받을까 가슴을 졸입니다.

[피해 직원/음성변조 : "자기의 왕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피해자들 마음을 헤아려 주고 공감한다면 공탁금 필요 없으니까 정말 죄지은 만큼 벌 받게 해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A씨는 취재진의 거듭된 해명 요구에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박수홍·백진영

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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