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역전 투런포→최원태 살렸다' LG 대역전 드라마…우승 확률 '25.6→44.4% 상승'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LG 트윈스가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LG의 통합 우승 확률은 25.6%에서 44.4%까지 올라갔다.
LG는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4로 역전승했다. LG는 1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하고, 2차전도 1회부터 4실점하면서 2연패로 홈 2연전을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어렵게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1위 LG는 1차전에 kt에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우승 확률이 25.6%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1994년 마지막 우승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외치던 기세도 자칫 꺾일 뻔했다. LG는 2차전을 잡으면서 우승 확률을 44.4%까지 끌어올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패배, 2차전 승리를 기록한 18팀 가운데 8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2차전까지 내줬더라면 우승 확률이 10%까지 떨어질 뻔했다.
kt는 한국시리즈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kt는 2021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고, '미러클 우승'을 꿈꾸던 4위 두산 베어스를 4승무패로 제압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올해 창단 2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가운데 1차전까지 무패를 기록했는데, 2차전에서 역전패하면서 한국시리즈 첫 패를 기록했다.
# 선발 라인업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1차전과 동일하게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
1번타자 홍창기가 1차전에서 5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치며 출루를 전혀 하지 못했지만, 2차전도 믿고 리드오프 임무를 맡겼다.
선발투수는 최원태였다. 최원태는 LG가 시즌 도중 키움 히어로즈에 유망주 이주형, 김동규와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발투수다. 1994년 마지막 우승 이후 29년 만에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 유망주 육성 기조를 깨고 '윈 나우'를 선택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원태는 LG 이적 이후 빼어난 성적을 내진 못했다. 9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3패, 44⅓이닝, 평균자책점 6.70에 그쳤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가 체인지업을 가다듬는 등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반드시 LG가 선택한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원태는 올해 kt 상대로 1경기에 등판해 3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퀄리티스타트를 해주면 충분히 자기 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넌트 레이스도 마찬가지고 3점 이내로 막고, 우리가 5점 정도를 뽑아야 이기는 경기를 했다. 포스트시즌도 나는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타선이 조금 더 살아나길 기대했다.
kt는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문상철(지명타자)-신본기(2루수)-조용호(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1차전 라인업에서 2루수만 변화를 줬다. 1차전에는 박경수가 8번타자 2루수로 나섰는데, 2차전은 신본기가 선발 출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루수 변화와 관련해 "우리는 원래 2루수 자리는 항상 이렇게 돌렸다. (신)본기가 한국시리즈 때 좋은 경험도 있다. 2021년도에 홈런도 쳤고, 감도 나쁘지 않다. 본기가 수비도 좋다. 사실 본기를 선발로 못 낸 것은 (김)상수 뒤에, 상수가 혹시 잘못되면 유격수 볼 사람이 본기밖에 없어서 선발을 잘 안 내는 편인데 상수가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에는 (황)재균이가 또 유격수로 가면 된다. 그 생각하면서 본기를 선발로 냈다"고 했다.
선발투수는 윌리엄 쿠에바스였다. 에이스 쿠에바스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 9이닝,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 30일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3이닝 7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지면서 아쉬움을 삼켰는데, 지난 3일 열린 4차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2패 뒤 3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는 데 공헌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는 지금 손목 높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손목이 조금 떨어졌을 때 볼들이 커터도 옆으로 돌고, 체인지업도 옆으로 오르기 때문에 커트가 많이 된다. 마지막에도 불러서 이야기했던 게 손목을 조금만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체인지업이 종으로 떨어져서 손아섭한데 다 맞았던 게 체인지업이 밀려 들어오니까 다 커트가 됐다"며 이날은 문제를 잘 보완해 호투하길 기대했다.
# '우승 승부수'의 배신…최원태 ⅓이닝 4실점 충격 강판
kt가 시작부터 최원태를 무너뜨렸다. 더 정확히는 최원태 스스로 무너졌다. 최원태는 1회초 선두타자 김상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낼 정도로 영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황재균에게는 중전 안타를 맞고, 앤서니 알포드를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염 감독은 지체하지 않고 불펜에서 이정용이 몸을 풀도록 지시해뒀다.
최원태는 끝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무사 만루 위기에서 박병호가 3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3루주자 김상수를 홈에서 잡으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장성우에게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0-2 선취점을 내줬다.
염 감독은 곧장 투수를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최원태는 이정용에게 공을 넘겨줬다. 이정용은 계속된 1사 2, 3루 위기에서 배정대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최원태의 책임주자 2명의 득점을 모두 허용했다. 점수는 0-4까지 벌어졌다. 이미 1차전을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LG는 1회부터 대량 실점을 하자 분위기가 더더욱 무거워졌다.
최원태는 ⅓이닝 20구 2피안타 2볼넷 무탈삼진 4실점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염 감독이 지난 7월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영입했을 때 "혈이 뚫린다. 정말 요즘 밤잠을 설쳤다. 어떻게 선발을 해결해야 하나 했는데, 한 방에 뚫어주신다. 꽉 막힌 게 빠진 기분이다. 그 하나로 내게는 많은 옵션이 생기는 것이니까"라며 크게 반겼다.
당시 정규시즌 1위를 굳혀 가는 상황이었고, 통합 우승까지 차지하기 위해서는 선발 보강이 절실했다. 아담 플럿코가 8월 중순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랬다. 케이시 켈리와 임찬규 외에 안정적인 3선발을 갖춰야 한다고 봤을 때 꼭 제 몫을 해줘야 하는 선수가 최원태였다. 그래서 이날 조기 강판은 더더욱 뼈아팠다.
염 감독은 경기에 앞서 "어제(7일) 투수들이 잘 방어했다고 이야기한 것은 3점 이내로 막았고, 결국 우리 타선이 어떤 찬스를 만들어 놓고 결과들을 못 내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 그런 점들은 경기마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터질 때도 있고, 안 터질 때도 있다. 이제 한 경기 했으니까 긴장감도 조금 풀렸을 것이고, 어제는 우리 팬들이 많이 와서 그런 긴장감도 있었을 것이다. 2번째 경기라 조금 더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런데 최원태 변수가 염 감독의 계산을 크게 흐트러트려 놨다.
# '6이닝 2실점' 쿠에바스, LG 징크스?…가을은 아니었다
올해 정규시즌 쿠에바스는 유독 LG를 만나면 작아졌다. LG 상대로 3차례 등판해 승패 없이 11이닝 14실점(평균자책점 11.45)에 그쳤다. 쿠에바스가 올 시즌 도중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해 18경기, 12승무패, 114⅓이닝, 평균자책점 2.60으로 맹활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LG전에 얼마나 고전했는지 더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가을은 달랐다. 쿠에바스는 1회부터 타선이 4점을 지원한 상황에서 꿋꿋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6이닝 97구 8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고 표현하기에는 피안타가 적지 않긴 했지만, 2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난적을 상대로 고비를 잘 넘겼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까지 나왔고, 투심 패스트볼은 최고 148㎞, 커터는 최고 144㎞까지 나왔다. 직구(38개)와 커터(33개) 위주로 던지면서 커브(14개)와 투심 패스트볼(8개), 체인지업(4개)을 섞어 던졌다.
3회말 LG의 추격을 허용했다. 쿠에바스는 선두타자 신민재를 우전 안타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 홍창기 타석에서 2루를 훔치던 신민재를 잡으면서 한 고비는 넘겼지만, 홍창기를 볼넷으로 또 내보냈다. 다음 타자 박해민은 투수 오른쪽 내야안타를 허용해 1사 1, 2루가 됐다. 김현수가 1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1루주자 박해민을 2루에서 잡으면서 2사 1, 3루까지 버텼다. 하지만 오스틴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1-4로 쫓겼다.
6회말 마지막 이닝에 마지막 고비에 놓였다. 선두타자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잘 잡고, 다음 타자 오지환에게 우월 솔로포를 얻어맞아 2-4가 됐다. 초구로 커터를 선택했는데,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렸다. 이 감독이 가장 염려했던 실투였다.
쿠에바스는 다음 타자 문보경을 2루수 땅볼로 잡으면서 2사까지 버텼지만,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추가 실점은 위험한 상황.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직접 방문해 쿠에바스를 다독였고, 쿠에바스는 문성주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임무를 마쳤다.
# 김현수의 대반격 신호탄…'투런포' 박동원 잠실을 뒤집어놨다
kt는 7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뺴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손동현이 먼저 나섰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 1홀드, 7이닝, 무실점으로 맹활약했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도 구원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kt에서 현 시점에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손동현은 7회초 신민재를 유격수 땅볼,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잘 돌려세웠다. 그런데 2사 후에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전날 2이닝을 던졌기에 더 길게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kt 벤치는 박영현을 바로 붙였다.
여기서 김현수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장타를 날렸다. 박영현을 상대로 우익선상으로 빠져 나가는 적시 2루타를 뺏으면서 3-4까지 거리를 좁혔다. 오스틴이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추가점을 뽑진 못했으나 LG로 분위기를 가져오기는 충분한 한 방이었다.
8회말에는 선두타자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물꼬를 텄다. 문보경이 투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고, 박동원이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월 투런포를 날렸다. 5-4로 뒤집으면서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kt는 믿었던 필승조 박영현이 무너지면서 큰 내상을 입게 됐다.
LG는 9회초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올려 승리를 지켰다. 최원태가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이정용(1⅔이닝)-정우영(1⅓이닝)-김진성(⅔이닝)-백승현(⅔이닝)-유영찬(2⅓이닝)-함덕주(1이닝)까지 불펜 6명을 이미 소진한 상태였다. 고우석은 3타자를 깔끔하게 틀어막으면서 LG에 올해 한국시리즈 첫 승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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