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에 ‘전자팔찌’ 끊고 도망간 사기범…한달째 책임 미루기만

이원희 2023. 11. 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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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편 전자 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석방된 90억 원대 사기 혐의 피고인이 잠적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한 달 전 1심 선고일에 전자 팔찌를 끊고 사라졌는데, KBS가 취재해 보니,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느라 도주한지 한 달이 지나서야 추적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원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중고기계 매매 사업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며 91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모 씨.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자기는 이렇게 특별하게 싼값에 갖고 와서 천 프로씩 남긴다. 10배씩 남긴다는 겁니다."]

지난해 1월 구속됐다가 전자팔찌 착용을 조건으로 한 달 만에 보석 석방돼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심 선고일, 전 씨가 전자팔찌를 끊고 사라졌습니다.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상태였습니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갚았다고 입출금을 거꾸로 조작해서 냈다가 판사한테 걸려서 법정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은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러고서 도망간 거예요."]

이후 한 달 넘게 잠적한 상황.

["KBS에서 나왔는데 아무도 안 계세요?"]

그런데 그 사이 전 씨가 동거인을 대표로 내세워 사기 친 업체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직원/음성변조 : "(전OO 대표님 있잖아요. 혹시 어디 가 계시는지 아세요?) 해외로 출장 가신 거로 알고 있어요. 회의하고 그러고 영업 뛰시고…."]

상황이 이런데도 왜 아직 붙잡히지 않은 걸까.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룬 탓이었습니다.

'전 씨를 누가 쫓냐'는 KBS 질의에 법무부는 "보석 대상자가 전자장치를 훼손하면 법원에 통보하는 것까지가 법무부 역할"이라고 밝혔고, 법원은 "직접 검거할 권한도, 인력도 없어 수사기관이 공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잠복은 해봤는데 영장이 있어야 추적할 수 있다"면서 법원이 대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역시 전자팔찌를 착용한 채 석방됐다가 결심 재판 때 도주했던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회장.

당시 법무부는 즉시 경찰에 수사 의뢰했었고, 검경은 도주 당일 지명수배와 추적에 들어갔습니다.

전 씨에 대해선 사기 피해자들이 언론 등에 호소하고서야, 법원과 검찰이 움직였습니다.

법원은 도주 약 한 달만인 지난주,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뒤늦게 추적에 나선 상황입니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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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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