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셔널 처치'로 향하는 농촌선교

CBS노컷뉴스 최종우선임기자 2023. 11. 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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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우리교회(99) / 정산푸른볕교회
지난 2016년 서울영락교회 지원으로 창립
지역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을교회'
복음화율이 낮은 '청양' 선택…자비량 목회
고광진 목사, 개척 2년차에 자연양계 입문
사료 50% 자가 배합 발효 사료 사용
600마리 사육…매달 유정란 1만 알 생산
회원 200여명에 전국 직거래 판매
매해 결산 10% 모아 자비량 양계 사역자 지원
올 봄 천여만원 들여 베트남 현지에 양계장 세워
계분 지역 주민에 나눠 주는 등 '닭똥전도'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리에 자리한 정산푸른볕교회

[편집자 주]
 
각 지역 교회의 선한 사역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우리교회. 
 
99번째 순서로 교회가 마을의 한 일원으로 들어가 자연양계를 하는 등 농촌선교에 나서고 있는 충남 청양군 '정산푸른볕교회'를 만나본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리, 드넓은 들녘이 보이는 마을 입구에 세워진 정산푸른볕교회.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 즉 크리스천이 일상에서 복음이자 교회로 살아간다는 의미의 선교적 교회를 꿈꾸며 지난 2016년 서울영락교회의 지원으로 설립된 교회이다. 

작은 시골교회지만 마을전체가 교회라는 생각으로 마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을교회. 

고광진 정산푸른볕교회목사

[고광진목사/정산푸른볕교회]
"보통 교회 하면 교회 성도들을 중심으로 목회가 일어나는데 저는 마을 전체가 교회다.
교회 울타리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라는 생각으로 물론 시작은 했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이 지역도 생각했던 것보다 작지 않고 그래서 아무튼 지역에 있는 특별히 어떤 돌봄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이랄지, 아니면 조금 장애가 있는 사람이랄지 또는 다문화 가정이랄지 이런 분들에게 교회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갖고 있죠. 그래서 지역, 마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는 이런 말처럼 살 만한 마을, 그런 사람들이 또 있고 싶은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역할을 교회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고 목사가 충남 청양까지 오게 된 이유인지도 모른다. 

고광진목사가 회원들에게 유정란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

[고광진목사/정산푸른볕교회]
"대한민국 복음화 지도가 있어요. 복음화 지도를 보면 복음화율이 좀 높은 곳은 푸른색, 복음화율이 낮은 곳은 붉은색 그래요. 붉은색이 진할수록 복음화율이 낮다는 얘기인데 제가 있었던 광주 주변은 다 푸른색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경상도는 좀 붉으스러운 색이 많았고요. 근데 제 눈에 띄었던 게 충청도에 가운데 붉은색이 하나가 딱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알아보니까 그곳이 청양이었고 그래서 청양으로 개척지를 정하게 됐습니다."

정산푸른볕교회 고광진목사가 성도들과 함께 양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이렇게 해서 개척지를 정한 고 목사는 사례비를 받지 않는 자비량 목회를 시작하게 됐다.

[고광진목사/정산푸른볕교회]
"마을 속으로 교회가 들어가야 한다. 근데 기존 기성 교회에서는 교회라고 하는 곳에 갖고 있는 어떤 울타리가 있어요. 그걸 허물기가 참 어려워요. 그리고 허무는 순간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본질 외에는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이런 생각인 거죠. 그래서 어떤 모습으로든 교회 안에 마을 속에 들어가기에 용이한 모습으로 교회가 옷을 갈아입어야 되지 않나? 또는 체형을 바꿔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인 거죠. 그래서 나를 목사라고 부르지 않아도 좋고 그 다음에 교회가 막 거룩한 어떤 곳이어서 우리랑은 다른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경계를 허무는 그런 교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그래야만이 알고 보니 목사고, 알고 보니 교회이고, 이게 훨씬 낫지 않나 교회 푯말 들고 들어가는 것보다 알고 친해졌는데 알고 보니 교회였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목사였고 이런 접근이 훨씬 더 이 시대에 필요하지 않은가? 그래서 자유롭게 목회할 거 아니면 안 하겠다. 뭐 이런 생각이어서 기존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으면서 목회하는 것보단 사례비를 안 받더라도 내가 원하고 바라고 또 생각했던 꿈꿨던 목회를 하고 싶다."

고목사가 바라던 목회는 농사짓는 목사.

정산푸른볕교회 고광진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양계장안의 닭 모습

일찍이 농촌목회를 꿈꾸며 귀농학교와 양계학교 과정을 수료한 고 목사는 개척 2년차에
자연양계에 입문했다. 

교회에서 자동차로 10분정도 떨어진 양계장. 

목사인 듯, 목사가 아닌 듯 고 목사는 자비량 목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단 하루도 쉬지 않고 600여 마리의 닭들과 호흡하고 있다. 

항생제나 살충제를 쓰지 않고 사료 50% 정도를 고 목사가 자가 배합해서 만든 발효 사료. 

발효 사료를 먹인 닭(수 닭 한 마리당 암탉 10마리 꼴)들은 하루에 300알, 한 달에 만알 정도의 유정란을 낳는다. 

유정란을 수거하는 고 목사는 어린 시절 꿈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흐뭇해 한다. 

산란상자에서 달걀을 수거하는 있는 모습

[고광진목사/정산푸른볕교회]
"제가 어렸을 때 500원짜리 동전을 주워도 주워도 계속 나오는 꿈을 꾼 적이 있거든요, 달걀을 줍는 게 꼭 그 꿈속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줍는 느낌이에요."

통에 가득 주워 담은 친환경 유정란은 세척과정을 거쳐 200여명의 전국 회원들에게 직거래로 판매된다.

서울영락교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기 위해 매해 결산액의 10%를 따로 모아 자비량 양계 사역자를 돕고 있는 정산푸른볕교회. 

지난 봄 베트남 달랏 현지 사역자에게 천 여 만원을 지원해 양계장을 세워주었다. 

병아리 350마리로 시작한 야민 전도사는 정산푸른볕교회와 고광진목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양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베트남 지역에 교회가 세워지길 소망했다. 

김은주 선교사와 야민 전도사 부부

[야민 /베트남 깜붓교회 전도사]
"정산푸른볕교회와 고광진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사랑과 또 기도와 지원으로 이곳의 아름다운 뒤에 보이시는 좋은 양계장이 세워졌습니다. 이런 일을 이루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온 교회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저희는 이러한 사역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제2, 제3의 교회들을 세워나가고 싶습니다."

양계 일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은 닭똥을 치우는 작업.

1년이면 1톤 트럭 6대 분량을 치울 만큼 노동의 강도가 크지만 숙성시킨 계분은 농사짓는 주민들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장수원 마을주민

[장수원/마을주민]
"목사님이 저를 잘 알지도 못하시는데 제가 농사짓는다고, 식당을 한다고 이렇게 텃밭한테 계분을 주라고 하셔서 받았더니 너무 좋고 아주 감사하고, 또 농약을 많이 안 써도 퇴비가 좋으니까 작물을 친환경으로 키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변천기 마을주민

[변천기/마을주민]
"목사님이 주민들한테 퇴비를 주셔서 농사짓는 데 거름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대파나 고추나 배추, 농작물에 재배에 큰 도움이 돼서 뭐라 말 할 수 없을 만큼 좋습니다. 우리 목사님이 안계시면 농사 잘 못 지어요."

일명 닭똥전도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고광진목사는 전도에 앞서 마을의 한 사람으로서 필요한 농가에 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고광진목사/정산푸른볕교회]
"저도 사실 계분을 어딘가에 내야 되고 그리고 또 어떤 곳에서 필요한 분이 계시니까 잘 맞는 거죠. 저도 어딘가에 보내야 되는데 그분들이 가져가서 농사를 잘 지었다고 어떤 때는, 하루는 교회 앞에 양배추 망 하나가 있어서 도대체 누가 갖다 놓을까? 몰랐는데 제가 계분을 가져다 주신 분이 농사가 너무 잘 됐다고 말도 없이 갖다 놓으신 거였어요. 그런 걸 보면 보람이 있죠. 저도 감사하고 또 좋다고 하니 저도 기쁘고 그렇습니다. 요즘 고구마 전도, 와플 전도 이런 얘기가 많아서 이제 저도 닭똥전도라고 이름을 붙였었는데 꼭 그걸 가지고 전도를 하겠다라기보다는 그냥 지역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나한테 있는 거를 누군가 필요하면 전달하는 그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지요."

고광진목사가 마을 어린이들과 숲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농촌목회를 하고 있는 고목사는 "미셔널 처치로서 지역에 꼭 필요한 교회였으면 좋겠다"며 마을 어린들의 친구로, 영어교사로, 청소년들에겐 바리스타로, 때론 지역 어르신들의 벗으로 일터와 목회현장을 오가며 미셔널 처치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영상기자 / 정용현, 영상편집 / 김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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