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지명자 판례·법리 충실 ‘원칙맨’…양심적 병역거부에 유죄 취지 의견

김희진 기자 2023. 11. 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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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재임 때 “재판밖에 모른다” 평가받은 ‘선비형’ 인사
퇴임 후 학계에 남아, 정쟁에서 비켜갈 수 있다고 판단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은 법원 내에서 중도보수 성향의 원칙주의자로 꼽힌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때 주요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많이 냈다.

조 지명자는 대법원 판례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재판 업무에 충실하고 주변 관리가 철저해 법원 안팎에서 ‘선비형 법관’으로도 불렸다. 대법관 재직 시절 “재판밖에 모른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업무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2014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들로부터 대체로 ‘흠 없는 공직 생활을 했고, 대법관 후보자로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관으로 재직할 때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보수적 견해를 주로 냈다.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본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조 지명자는 종교와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등 시혜적 조치는 강구할 수 있지만, 무죄 선고를 가능케 하는 다수의견의 해석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조 지명자는 2018년 3월 국방부 불온서적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육군 법무관들이 징계를 받은 사건에 대해서는 “국기 문란을 초래하고 국가 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있다”며 국방부 징계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회적 관심을 끈 사건에 대해 다수 대법관과 다른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9년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선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특별검사팀의 증거 제출 과정을 문제 삼아 무죄 취지 별개의견을 제시했다. 조 지명자는 “탄핵 후 취임한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이 청와대 문건을 특별검사에게 제공하고 이를 특별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것은 직무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침해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했다.

조 지명자는 70세로 정해진 대법원장 정년 규정에 따라 대법원장에 취임하더라도 6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다. 그는 1957년 6월생으로 오는 2027년 6월 정년을 맞이한다. 대법원장에게 보장된 임기 6년 중 절반 정도만 소화하는 것이다. 차기 대법원장은 출범 1개월차 새 대통령이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그를 지명한 데는 대법원장 공백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난하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관을 지낸 데다 퇴임 후에도 학계에 남았다는 점에서 이균용 전 후보자와 달리 정쟁에서 비켜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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