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모기지’·한은 ‘기준금리 동결’이 가계부채 늘렸다

유희곤 기자 2023. 11. 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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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은행 가계대출 6조8000억원 증가
40조 넘은 특례보금자리론, 3월부터 대출 증가세 부추겨
정부, 부채 축소보다 ‘부동산·경기관리’에 집중 탓 지적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계속된 것에는 정부가 경제운용의 중심축을 가계부채 축소보다는 부동산이나 경기관리에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가 40조원 넘게 공급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면서 경제주체들이 고금리에 점차 적응하고 있는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시장 폭락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건설사 부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잡기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0월까지 34조7000억원이 늘었다. 1월과 2월에 전월 대비 각각 6000억원씩 줄었다가 3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본격화하고 주택 대출 규제가 완화됐을 때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공급액은 2월 약 1조5000억원에서 3월에 약 7조4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이후 8월까지 매달 4조~5조원이 지급됐다. 지난달 말까지 공급액은 41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지난 3월2일부터 완화됐다. 다주택자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집값의 3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지난 7월(5조2000억원)과 8월(6조1000억원)까지 치솟자 정부는 9월27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대상을 연 소득 1억원 이하 차주(돈 빌린 사람)와 주택 가격 6억원 이하로 제한했지만, 대출 증가세는 크게 꺾이지 않고 있다.

한은의 장기간 금리 동결도 가계부채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 1월에 연 3.50%로 인상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연 4.50%에서 5.50%까지 공격적으로 올린 것과 대비된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차주들의 부담이 훨씬 크다는 우려도 있었다. 변동금리 차주는 전체 대출의 70%가 넘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통화당국이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각 은행 가계대출의 항목별·용도별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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