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 최악투→'캡틴' 오지환 추격의 솔로포! 조용하던 잠실이 끓어올랐다 [KS2 잠실현장]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무.적.L.G. 오지환!"

이틀 연속 유광잠바가 잠실을 가득 채웠다. 3루측 원정 응원석 곳곳에서 LG 트윈스의 노란색이 물결쳤다.

하지만 좀처럼 환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2차전 6회말, 마침내 그 기회가 왔다. '캡틴' 오지환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 내내 LG는 고전중이다.

LG는 7일 1차전에선 2대3으로 패했다. 1회초 선취점을 내줬고, 1회말 곧바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이내 동점을 허용했고, 2-2로 맞선 9회초 마무리 고우석이 KT 문상철에게 결승타를 얻어맞고 2대3으로 졌다.

8일 열린 2차전은 초상집 같았다. LG가 우승청부사를 기대하며 영입한 최원태가 선발로 출격했다. 하지만 최원태는 경기 시작과 함께 극악의 제구 난조를 보이며 2안타 2볼넷을 내준 뒤 ⅓이닝 만에 교체됐다.

바로 이순간, 한국시리즈를 위한 투수였는데, 그 무대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총 20구를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까지 나왔지만,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애덤 플럿코가 이탈하면서 2선발의 중책을 짊어진 최원태였다. 염 감독이 꼽은 한국시리즈의 키플레이어이자 우승청부사다. LG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뽑은 승부수였다. 트레이드 댓가는 '약속된 유망주'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이었다.

키움에서 뛴 전반기는 17경기에 선발등판, 6승4패 평균자책점 3.25로 호투했다. 그리고 7월말 LG의 줄무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적 후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적 직후 7월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시즌 성적은 9경기 3승3패 6.70에 그쳤다. 44⅓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5이닝을 밑돌았다.

그래도 LG는 여유가 있었다. 10월 3일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에게 휴식을 줬다. 한국시리즈만을 정조준했다. 청백전 2번, 지난 1일 상무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볼끝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 차후 시리즈가 장기화된다 한들, 다시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원단장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다.

염경엽 감독은 초강수를 연발했다. 1회 이정용, 3회 정우영, 4회 김진성, 5회 유영찬 등 LG가 자랑하는 불펜들이 줄줄이 투입됐다.

LG는 3회 오스틴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후 좀처럼 따라붙지 못했다. '기적의 마법사' KT 쿠에바스의 역투가 이어졌다.

지난해 무려 25홈런을 쏘아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던 오지환이다. 올해는 8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767로 지난해보다 하락한 성적을 기록했다.

오지환은 6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섰다. 쿠에바스의 초구는 한가운데로 몰린 142㎞ 직구. 오지환은 놓치지 않았다. 장쾌한 스윙이 공을 직격했고, 타구는 담장 너머 111.64m 떨어진 관중석에 꽂혔다. 발사각은 25.74도였다.

답답했던 LG 팬들의 속을 불같이 뚫어낸 한방이었다. 모처럼 뜨거운 함성이 잠실을 가득 채웠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