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심장부 진입” 시가전 공식화…북부 주민 수백명 피란길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시가전 개시를 공식화했다. 빵집까지 모두 사라진 가자지구 북부에서 주민들은 백기를 들고 목숨 건 피란길에 올랐다. 그러나 휴전과 교전 중지를 위한 논의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TV 생중계로 “이스라엘군이 지금 가자시티 심장부에 있다. 병력은 북부와 남부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보로, 또는 장갑차와 탱크 등을 타고 공병들과 함께 전진하고 있다”며 “테러리스트와 기반시설, 지휘관, 벙커, 통신소 등을 향해 가고 있으며, 가자지구 주변에서 올가미를 죄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TV 연설에서 “가자시티는 포위됐다. 우리 군이 그 안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결코 도달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을 지점까지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작전을 벌이고 있는 구체적 위치를 공개한 적이 없다. 이날 국방장관과 총리의 연이은 발언은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시가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자시티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로 꼽는 곳으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쫓고 있다.
이 “가자 심장부 진입”“벙커에 은신 추정” 하마스 수장 추적
신와르는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갈란트 장관은 신와르가 “벙커에 숨어 있으며 동료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까지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 관련 목표물 1만4000곳 이상을 타격했고, 지하터널 입구 100곳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지상전이 격렬해지며 주민 수백명이 가자시티를 떠나 남부로 향했으며, 이스라엘 탱크를 지날 때는 백기를 흔들었다고 AP는 전했다. 일부는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탔으나 대부분은 도보로 나섰다. 모두가 눈에 띄게 지친 모습이었고 옷가지만 겨우 챙긴 상태였다. 남부에 도착한 한 주민은 “이스라엘군이 우리를 겁주기 위해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탱크에서 우리 주변으로 발포했다. 통행을 허락받기 전 군인들이 손을 들고 백기를 흔들라고 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내무부는 이날 기준 북부에 90만명이 남았다고 밝혔으며, 미국의 중동인도주의 특사는 최소 35만~40만명이 남아 있다고 추정했다. 남은 이들은 피란민이 몰린 남부로 간다 한들 물과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며,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알샤티 난민촌에 사는 한 주민은 “내 두 다리로 걸으며 죽고 싶지 않다. 죽더라도 길거리보단 집이 낫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북부는 갈수록 살기 어려운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이날 현재 북부에서 운영 중인 빵집은 단 한 곳도 없다. 유엔은 “가게가 파괴된 데다 연료와 물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북부에서는 이제 시중에서 밀가루를 구할 수 없다”면서 “구호단체조차 지난 7일 동안 음식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호활동을 위해 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면서 ‘사흘 동안 교전을 멈추면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을 석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설득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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