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첫 유색인종 지도자’ 포르투갈 총리, 리튬 비리로 사임
유럽 국가의 첫 유색인종 지도자로 포르투갈 중도 좌파 정권을 8년간 이끌어오던 안토니우 코스타(62) 총리가 측근의 비리 의혹에 휘말려 7일(현지 시각) 전격 사임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코스타 총리는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자 대통령을 만난 후 TV를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어떤 불법행위도 내 양심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총리직의 품위는 청렴성에 대한 의혹, 범죄 행위 실행에 대한 의혹과는 양립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포르투갈 검찰은 집권 여당인 사회당의 핵심 인사들이 북부의 리튬 광구 탐사·개발과 남부 해안 도시 시네스의 수소 에너지 생산 등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의 인허가 과정에 개입해 부패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리튬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다.
인도계 아버지와 포르투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를 거쳐 중도 좌파 사회당에 입당하며 정치인이 됐다. 2015년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사회당이 집권당이었던 중도우파 사민당에 밀려 의회 내 제2당이 됐음에도 다른 좌파 정당들과 손잡고 연정을 꾸려 극적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그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포르투갈 경제가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급선회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공공 부문 투자를 늘리라는 좌파 연정 정당들의 압박 속에서도 재정 건전성과 경제성장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쳤고, 집권 후 경제 성장률을 유럽연합(EU) 평균치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성과를 냈다. 이 때문에 ‘좌파 같지 않은 좌파 지도자’, ‘경제 살린 좌파 지도자’ 등의 별명을 얻었고, 2019년·2022년 총선에서도 연승하면서 3선 총리가 됐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두고 좌파 연정 내 정당들과 갈등을 빚자 의회를 해산해 조기 총선을 강행했고, 230석 중 단독으로 과반 확보(120석)에 성공했다.
그러나 에너지 부문 부패 의혹이 정권 차원의 초대형 스캔들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전격 사임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미 코스타 총리의 비서실장과 시네스 시장을 구속하고, 인프라부 장관과 환경청장도 용의자로 지목하는 등 수사는 정권 핵심부를 향하고 있다. 코스타 총리는 사임 성명에서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이번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총리 복귀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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