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야구 보기 참 힘드네…' 온라인 세상 속 소외되는 노인들
요즘은 온라인으로 뭐든 편하게 할 수 있는 시대지만, 거꾸로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어려운 게 많습니다.
열차 타기도, 택시 잡기도 쉽지 않다는 노년층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 야구팬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섰습니다.
[이은섭/LG트윈스 팬 : {고객님, 오늘 매진이에요.} 아무 데도 없어요? 외야도? 하나도 없어요? {네, 오늘 매진입니다.}]
이번 한국시리즈 경기는 온라인에서 사전 예매를 받았는데요.
취소된 표들은 현장 구매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취소된 게 없어서 구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김선동/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예매처 직원 : (취소 표도) 온라인으로 다시 풀려요. 온라인에서도 안 팔린 걸 여기서 팔고 있는 거라서. 현장에선 구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늘 경기는.]
아쉬운 마음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합니다.
[최지남/LG트윈스 팬 : 인터넷에서만 전부 다 100% (예매)하니까 나같이 나이 칠십이 다 된 사람들은 못 사는 거 아니야. MBC 청룡서부터 (팬)인데 못 들어가는 거예요.]
경기가 시작하려면 한 시간 정도 남았는데요. 지금 한창 관중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좌석이 다 차지는 않았는데, 젊은 연령대 관객이 대부분입니다.
온라인 예매가 익숙지 않으니 누가 도와줘야 겨우 살 수 있습니다.
[장선미/LG트윈스 팬 : {어떻게 성공하셨나요?} 우리 딸 때문에.]
[정대상/LG트윈스 팬 :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부터는 (야구장에) 영 못 와.]
이것마저 어려운 사람들은 현장 판매를 조금이라도 늘려달라고 합니다.
[김동태/LG트윈스 팬 : 현장 판매 10%라도 하면 저는 솔직히 그 전날 매표소 앞에서 밤 12시부터라도 기다려서 (살 거예요.) 제 마음은 그래요. 그래야만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도 표를 구할 수가 있잖아요.]
서울 청량리역 한 쪽에 표를 사려는 노인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역 바닥엔 "쉽고 빠른 승차권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 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면 창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요. 자동 발매기 앞은 한산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앱으로 예매할 수 있지만 노인들에겐 어렵습니다.
[저 줄 서는 게 멀어서. (열차) 시간은 다 되고.]
앱도 기계도 쓸 줄 몰라 처음 만난 학생에게 부탁합니다.
[정연수/대학생 : 기계 옆에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같이 계시거나, 음성이 나오거나 그런 식으로 되면 좀 괜찮지 않을까.]
택시 잡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택시 승객 : 젊은 사람은 집 앞에서 타니까 카카오 택시 불러서 그냥 가고, 늙은이들은 저 바깥에 나와서 저렇게 덜덜덜 떨고.]
스마트폰과 앱 사용법을 교육 하는 프로그램이 각 지역에 열려 있긴 합니다.
[박영일/서울시민청 '디지털 배움터' 수강생 : 이걸로(앱으로) 예매해서 갔다 왔어, 저기 순천만. 배우니까 좋아. 계속할 거야, 배울 때까지.]
하지만 일부 노인들에게 문턱은 여전히 높게만 느껴집니다.
그저 나이가 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뒤처진 사람처럼 돼버렸습니다. 변화는 막을 수 없다지만 따라가기 어려운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 사회의 몫일 겁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그래픽 김영진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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