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사] 9년째 질질 끌다가 공사 중단…결국 또 물난리 벌어졌다
<앵커>
경북에 있는 국가하천 형산강에서 홍수 피해가 계속되자, 정부가 원인으로 지목된 강 하류의 좁은 폭을 넓히는 공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5년이면 끝난다던 공사가 9년째 늘어지다가 최근에는 아예 멈춰버렸습니다.
작년에는 이곳에 또다시 물난리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유수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주에서 포항을 거쳐 동해로 흘러나가는 국가하천 형산강, 하류 구간에서 양쪽에 있는 산 때문에 강폭이 급격히 좁아집니다.
태풍이나 폭우가 올 때마다 물 흐름이 막히는 바람에 상류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반복됐습니다.
[형산강 인근 마을 주민 : 무슨 태풍이었는지. 그때는 하여튼 우리 비닐하우스 위에 (물이) 꼭대기까지 찼어요.]
그래서 정부가 한쪽 산을 깎아서 강폭을 넓히는 공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그런데 2020년에 끝낸다던 공사는 아직도 안 끝났습니다.
[형산강 인근 마을 주민 : 불편한 점 말도 못하지요. 5년 공사한다고 그랬는데, 자꾸자꾸 지연돼가지고 지금 9년째가 다 돼가요. 차도 못 다니고, 사람도 만약 걸어갈 일이 있어도 가지도 못하고… 택배들이 올 게 못 와요.]
[형산강 인근 마을 이장 : 소음은 당연히 시끄럽죠. 이 공사하면 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죠.]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공업체 대표 : 공사하려고 보니까 아니, 여기 광역상수관이 들어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발파를 하냐… 되게 황당한 거예요.]
설계도를 보면 산 주변에 상수도관이 묻혀 있는데도 발파하라고 돼 있더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이 관은 포스코에 들어가는 공업용수관.
자칫 발파하다가 터지기라도 하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터였습니다.
당시 주무관청 담당자를 만나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왜 놓쳤던 것인지 확인해봤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담당자 : 2013년도 설계할 때 수자원공사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이 그냥 부조 취수장에 대해서만 이설을 어떻게 할 거냐는 정도의 언급이 있었어요.]
설계 당시 이 문제에 관해 공업용수관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에 물어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수자원공사에 확인해봤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 : 공식적으로 관계 기관 간 협의한 것에는, 이런 발파 내용은 전혀 없었고….]
이렇게 서로 이야기가 다릅니다.
결국, 착공한 다음 해에서야 발파 협의가 시작됐고, 그때까지는 이 일대 암반을 하나하나 굴삭기로 깨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사 현장 인근 취수장을 옮기는 문제, 양수장을 이설하는 문제, 산을 깎기 전 산림청과의 사전 협의 등 기관 간 협의가 뒤늦게 진행된 바람에 공사는 계속 지연됐습니다.
홍수 예방을 위한 공사가 지지부진, 늦어지면서 지난해에는 태풍 '힌남노'로 물난리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주무관청은 설계나 감리 회사 탓으로만 돌립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담당자 : 설계사무소에 우리가 돈을 10여억 원을 들여서 설계를 했는데, 그렇게 나왔다 그러면 설계를 잘했다고 판단하지….]
그나마도, 최근에는 시공업체가 주무관청과 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가 계약을 해지하고 떠나버렸습니다.
공사는 중단돼버렸고 현장은 위험하게 방치된 상태입니다.
길가에 산을 깎은 큰 돌들이 무더기처럼 쌓여 있습니다.
대형 철제 자재물들도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고요.
산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산 보강 작업이 필수적인데 그것마저도 중단된 모습입니다.
도로변 바로 옆으로는 형산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안전펜스도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형산강 인근 마을 주민 : 산에서 돌이 굴러 떨어져서… 돌이 굴러 산에서 큰 게 내려왔다니까요. 만약에 차가 받혀 있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시공업체 선정부터 다시 해야 할 판.
9년째 이어진 불편과 위험이 언제나 끝날지, 홍수 피해는 또 없을지, 주민들은 그저 한숨만 토해냅니다.
[형산강 인근 마을 이장 : 빨리 이게 좀 정리가 돼서 공사 마무리를 해주는 것을 바라지, 우리 주민들이 피해를 봐서 되겠습니까?]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준호, CG : 최재영·방명환)
▷ [현장탐사] "엉뚱한 곳에 현장사무소"…땅 주인 알고 보니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417783]
유수환 기자 y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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