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삼성 반도체 '복제공장' 생길 뻔"…대통령실 직접 나섰다
10개 부처·기관 소집해
산업기술 보호 합동회의 개최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 대응단’ 출범
미국·일본과 기술보호 대응체계 구축
삼성 반도체 공장 중국에 통째로
‘복제공장’ 건설 시도에 충격
尹 “반도체 경쟁은 산업전쟁”
대통령실이 날로 심각해지는 산업기술 유출 시도에 관련 부처를 망라한 범정부 합동 협의체를 꾸려 총력 대응에 나선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통째로 베껴 중국에 ‘복제공장’ 설립을 시도하는 등 국가 핵심기술 유출 사례마저 나오면서 체계적인 대응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 기술 보호 관련 국제협력 추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하이닉스 출신이 '中 복제공장' 주도
대통령실은 8일 국가정보원과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대검찰청, 경찰청, 특허청, 관세청 등 10개 부처·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기술 보호 관련 유관 부처·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과 이영상 국제법무비서관이 공동으로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참석자들은 각국의 치열한 첨단기술 확보 경쟁 속에서 우리 기술과 인력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으로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 대응단’을 출범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업부 등 몇몇 부처 차원에서 기술 유출 관련 대응을 해왔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관련 부처·기관을 망라해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클린룸 조성 조건(BED·베이식 엔지니어링 데이터)과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A씨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 6월 12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공정을 개발한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 권위자로,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하이닉스반도체(옛 SK하이닉스)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중국 반도체 제조 회사 직원 5명 등과 함께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에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인 클린룸 조성 조건과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 부정 취득·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이들 기술은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정 기술로써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A씨 등은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를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국내 반도체 업계 인력들에게 연봉 2배를 제안해 200여명을 본인 회사로 영입했고, 이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 등을 입수해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A씨 등이 계획한 '삼성전자 복사판' 반도체 공장은 실제 건설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A씨 업체에 약정한 8조원 투자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반도체 경쟁은 국가 총력전"
대통령실은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과 공정 배치도와 같은 핵심 기술 유출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정부는 기술 유출과 같은 침해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으로 창의와 혁신의 성과물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6월 열린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는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산업전쟁이며 국가 총력전”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산업기술 유출의 심각성을 감안해 △국제공조 △법집행 △정책ㆍ제도의 3개 차원에서 각각 분과를 꾸리고, 각 분과 총괄기관을 중심으로 기관 간 의견 수렴과 협업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법무부가 총괄하는 국제공조 분과는 지난 8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합의한 기술보호 협의체 결성과 국가 간 정보공유 등 국제협력을 추진한다. 당시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핵심 신흥 기술의 보호를 위한 3국 법 집행 당국 간 공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미국은 올해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법무부와 상무부를 중심으로 '혁신 기술 기동타격대'(Disruptive Technology Strike Force)를 설치했다. 대응단은 미국 DTSF와 협력해 공동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출범하는 한·미·일 기술보호 협력 네트워크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대검찰청이 총괄하는 법집행 분과는 기술유출 조사와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 간 상설 핫라인을 통해 신속한 정보공유와 수사를 진행해 기술유출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책·제도 분과에서는 산업부가 법집행 현장, 기업·연구기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조율하여 산업기술보호법ㆍ영업비밀보호법 등 기술보호 관련 법제 개선, 기술보호 정책 발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대응단은 국제공조, 법집행, 정책·제도 등 각각의 기능을 칸막이 없이 통합해 문제점을 발굴하고 모범사례를 제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피해액 산정기준과 양형기준 수립, 전국적인 전담 수사체계 구축,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공개 특허정보를 활용한 기술유출 차단, 중소기업 기술보호 등 기존에 추진해오던 과제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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