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인당 관리소년 OECD의 2배’ 보호관찰관 늘려야
소년사법에서 디버전(Diversion·전환)은 소년범이 낙인효과로 상습·누범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경미한 범죄에 대해 기소를 유예하거나 시설 내 처우를 사회 내 처우로 대체하는 제도이다. 훈방,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보호관찰 처분 등이 있다.
현장의 사례를 보자. 한 초등학생이 자전거를 훔쳤다. 경찰은 초범이고 나이가 어린 소년을 훈방했다. 중학생이 된 소년이 오토바이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했다. 경찰은 사건을 조사한 후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선도를 위한 교육·상담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그런데 소년이 다시 폭력 등 재범을 했다. 검찰은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고, 소년부 판사는 보호관찰 처분을 결정했다.
보호관찰은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소년원 등 시설에 수용하는 대신, 가정과 학교에서 생활하며 준수사항을 이행할 것을 전제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게 하여 재범을 방지하는 제도이다. 시설 감호로 자유를 박탈하지 않는 처분이기 때문에 ‘사회 내 처우’라고 한다.
위기청소년은 가정 해체, 보호자의 가정폭력, 열악한 주거환경, 학교 부적응으로 불량교우들과 어울려 거리를 배회하며 비행 위험에 노출된다. 그래서 술·담배·문신·도박·무면허 운전 등 비행적 하위문화의 유혹에 쉽게 빠져 재범을 저지르기도 한다.
따라서 청소년 보호관찰 담당자는 보호 처분을 집행하는 본연의 업무 이외에 상담교사, 경찰과 사회복지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무의탁 청소년이나 아동복지시설·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을 상담하고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의 검정고시 준비를 지도하고, 지역사회 직업전문학교와 연계해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한다.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재범한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에 대해선 구인장 신청, 보호 처분 변경 신청 등 엄정한 제재 조치를 집행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의 생활비 및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보호자와 수시 면담을 실시해 가족관계 회복을 돕는다. 또한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의료비를 지원하여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도록 지도·감독하고 있다.
사회 내 처우인 보호관찰은 소년원 과밀 수용을 완화하고 범죄 학습 및 비행친구 확대 등 수용시설의 부작용을 방지하여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 소년원에 2~3회 입원한 상습 범죄소년과 비행성이 심화하지 않아서 개선 가능성이 큰 청소년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 재범률이 높아질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즉 비행 초기 단계 위기청소년의 보호관찰을 활성화·실질화해서 재범률이 감소하면, 이들이 상습범이 되는 것을 막아 소년원 과밀 수용을 해소할 수 있다.
소년원 정원 적정화는 개별실 수용, 급식비 인상 등 획기적 처우 개선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소년원의 환경 개선 및 인권 보장, 교육과정 내실화는 소년범의 재사회화와 안정적인 사회정착으로 이어져 성인범·강력범으로 진화하는 것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이상동기범죄 칼부림 사건 같은 흉악범죄로부터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강력범 구금에 소요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다. 청소년 보호관찰이 ‘형사정책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보호관찰을 위해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보호관찰관 1인당 대상자 수는 평균 27.3명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보호관찰 담당 공무원이 관리하는 인원은 평균 47.3명이다. 보호관찰 실효성을 더욱 높이고 재범률을 낮출 수 있도록 청소년 보호관찰 전담 인력을 늘리고, 지역사회 자원과의 협업을 통해 사회 내 처우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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