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OUT 단, 1개 잡고 강판'... 1회초 'LG 우승 청부사'에게 무슨 일이? [잠실 KS2 현장]

[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LG 최원태(오른쪽)가 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회초에 강판당하고 있다.

'우승 청부사'라는 기대감과 함께 지난 7월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최원태(26)가 1회도 채우지 못한 채 충격적인 강판을 당했다. 단 1개의 아웃카운트만 잡은 채 4실점으로 무너졌다.

최원태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흔들리며 1회 1사 후 강판당했다.

LG는 전날(7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9회 통한의 결승타를 허용한 끝에 2-3 역전패를 당했다. KT에 기선을 빼앗긴 LG는 이날 2차전에서 선발 최원태를 앞세워 반격을 노렸다. 사령탑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펼쳐주기를 기대했지만, 아웃카운트를 1개밖에 잡지 못한 채 무너지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LG 최원태.

LG 최원태가 1회초 강판당하고 있다.

LG 최원태.

이날 최원태는 선두타자를 상대로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지는 등 제구 난조를 겪었다. KT의 선두타자는 김상수. 최원태는 초구와 2구째 투심, 3구째 슬라이더를 선택했으나 모두 볼이 됐다. 결국 4구째 뿌린 투심 역시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오지 않으며 스트레이트 볼넷이 됐다.

다음 타자는 황재균. 최원태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꽂으며 서서히 제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2구째 슬라이더와 3구째 슬라이더가 모두 볼이 됐다. 2-1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최원태는 4구째 속구를 뿌렸으나 황재균이 이를 제대로 받아치며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여기서 코칭스태프가 한 차례 마운드를 방문했으나, 최원태는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했다.

최원태는 알포드를 상대로 체인지업과 속구를 뿌렸는데 모두 볼로 선언됐다. 3구째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로 꽂았으나, 4구째 슬라이더는 다시 한 번 존에서 빠졌다. 결국 5구째 속구 역시 존에서 벗어나며 볼넷이 됐고, 무사 만루의 위기로 연결됐다. 계속해서 최원태는 박병호를 상대했다. 초구 파울 이후 2구째 체인지업에 박병호의 배트가 돌아갔다.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최원태는 3구째 커브를 뿌려 박병호를 3루 땅볼로 유도했다. 이 공을 잡은 LG 3루수 문보경이 기민하게 홈으로 뿌리며 3루 주자 김상수를 포스 아웃시켰다.

최원태는 계속된 1사 만루 위기에서 다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초구 속구가 볼이 됐는데, 이날 가장 빠른 148km가 찍혔다. 2구째 속구는 스트라이크. 3구째 체인지업은 볼. 그리고 4구째 최원태의 체인지업을 장성우가 제대로 받아쳤고, 타구는 좌측 외야 깊숙한 쪽에 떨어졌다. 이 사이 3루 주자 황재균은 물론, 2루 주자 알포드까지 여유 있게 홈에 들어왔다. 점수는 2-0이 됐다. KT가 전날 1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선취 득점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결국 최원태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몸도 채 제대로 풀지 못한 이정용이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이정용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배정대에게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최원태의 실점은 4점으로 늘어났다.

최원태는 총 20개의 공을 뿌렸다. 속구를 10개, 슬라이더를 6개, 체인지업을 3개, 커브를 1개씩 각각 섞어 던진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148km, 최저 구속은 144km가 나왔다. 슬라이더는 138~140km, 체인지업은 131~134km, 커브는 124km의 구속을 각각 형성했다.

LG 최원태(가운데)가 강판되고 있다.

LG 최원태가 1회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둔 이날,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은 최원태를 오늘의 키포인트로 잡았다면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만 해주면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한 거라 생각한다. 우리 팀이 정규시즌에 3점 이내로 막고, 5점 정도 뽑아야 승리한 적이 많았다. 포스트시즌도 똑같다고 본다. 1차전에서는 우리 투수들이 3점 이내로 잘 막았다. 대신 우리 타선이 찬스를 만들어놓고, 결과를 못 내서 힘든 경기를 했다. 매 경기 잘할 수는 없는 거다. 터질 때도 있고, 안 터질 때도 있다. 오늘 한 경기를 치렀으니 긴장감이 풀렸을 것이다. 어제는 우리 팬들이 많이 오셔서 긴장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2번째 경기라 선수들이 좀 더 여유를 가질 것"이라면서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최원태는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원태는 포스트시즌 13경기에 등판해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9.50으로 좋지 않은 편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최원태는 그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원태는 지난 7월 말 LG가 키움 히어로즈와 3:1 트레이드를 통해 전격적으로 영입한 선발 자원이다. 당시 LG는 키움에 내야수 이주형(22)과 투수 김동규(19), 그리고 2024년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내주는 대신 선발 자원 최원태(26)를 받는 3: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 최원태를 격려하는 동료들.

LG 최원태. /사진=뉴스1

강판 순간 아쉬워하는 최원태. /사진=뉴스1

최원태는 서울고를 졸업한 뒤 2015년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입단 계약금은 3억 5000만원. 입단 2년 차인 2016년 1군 무대에 데뷔했고, 2승 3패 평균자책점 7.23으로 데뷔 시즌을 마감했다. 이어 2017시즌 최원태는 11승 7패 평균자책점 4.46을 마크하며 본격적인 선발 자원으로 성장했다. 이후 최원태는 꾸준하게 매 시즌 100이닝 이상 투구를 펼치며 키움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2018시즌에는 13승 7패 평균자책점 3.95, 2019시즌에는 11승 5패 평균자책점 3.38, 2020시즌엔 7승 6패 평균자책점 5.07, 2021시즌에는 9승 11패 평균자책점 4.58, 2022시즌에는 7승 5패 평균자책점 3.75의 성적을 각각 올렸다.

최원태는 키움에서 LG로 이적하기 전까지 17경기에 출전해 6승 4패 평균자책점 3.25를 마크하고 있었다. 당시 LG는 선발진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실상 LG에서 전반기에 자기 역할을 펼친 투수는 아담 플럿코와 임찬규, 2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1선발 역할을 맡았던 케이시 켈리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여기에 시즌 개막 전 선발로 낙점을 받았던 김윤식과 이민호도 부진과 부상 등의 이유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였다. 계속해서 4선발과 5선발의 적임자를 찾았고, 이정용과 이지강, 이상영 등이 기회를 받았다. 그렇지만 제대로 자리를 확 꿰찬 투수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최원태가 왔던 것이다. LG 팬들은 최원태를 '우승 청부사'라 말하며 크게 반겼다. LG가 젊은 유망주와 신인 지명권까지 넘겨주면서 최원태를 품에 안은 이유는 단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 때문이었다. 당시 LG 구단도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면서도 올 시즌 최종 목표를 위한 선발 투수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최원태는 LG로 이적하자마자 데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무4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LG 팬들에게 커다란 기대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이후 최원태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LG에 입단한 뒤 성적은 9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은 6.70으로 높은 편이었다. 정규시즌 1위를 조기에 확정한 LG는 오로지 한국시리즈만 바라보며 담금질을 했다. 팀 내 2선발이자 외국인 투수였던 아담 플럿코가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뒤 미국으로 출국하자, 최원태가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한국시리즈 2선발이라는 중책. 그러나 최원태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다만 아웃카운트 1개를 잡으면서 한국시리즈 선발 최소 투구 이닝이라는 불명예는 피했다. 앞서 윤학길(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1995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0이닝 2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KT는 한국시리즈 1회초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LG 최원태가 8일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