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형 자산 ‘조각투자’ 매력… 증권사 ‘인프라 동맹’ 잰걸음 [심층기획-서서히 부상하는 토큰증권 시장]

이도형 2023. 11. 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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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
주식·채권 넘어 상표·로열티 증권화
2030년 국내 시장 367조 성장 전망
NH·KB·신한, 시장 공동 진출 협약
미래에셋은 기업 손잡고 사업 준비
한투도 카뱅·토뱅 등과 협의체 구성
시장성장 열쇠는 ‘투자 보호 법제화’
개정안 제출했지만 국회 처리 ‘답보’
“입법 서둘러야 해외 논의도 속도 내”
한국 자본시장 구성원들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이나 가전, 자동차와 같은 대부분의 자산을 증권형태로 발행할 수 있는 ‘토큰증권(ST·Security Token)’ 시장이 열릴 것을 대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증권사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관련 회사들과 제휴를 맺는 등 사전작업에 몰두하고 있고, 관련 업계 차원의 세미나도 활발하다. ‘물밑’에서의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실제 토큰증권 사업 활성화는 드물다. 토큰증권 사업을 지원할 제도 마련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활발한 토큰증권 사업이 일어나는 것과는 비교된다. 업계에서는 윤석열정부가 토큰증권 사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자세에 나서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미술품도 조각투자?… ‘ST’란

토큰증권이란 특정 자산을 토대로 하는 증권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자산에 연동(미러링)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자산의 소유권을 가지면 해당 증권 소유권을 취득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다. 즉,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했다는 뜻이다. 투명성과 보안이 강한 블록체인의 특성을 전폭적으로 이용했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채권·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은 물론 지식재산권·상표·로열티와 같은 무형의 자산도 토큰증권이 가능하다. 토큰증권을 통해 ‘미술품’이나 ‘한우’에서도 조각투자가 가능하다는 비유는 이래서 나온다. 유명 가수나 배우의 노래나 연기를 증권화하여 거래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증권 발행 영역이 넓어지면서 기존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투자 및 자금유치를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면서 “토큰증권의 형태로 다양한 권리를 발행·유통하려는 시장 수요는 여러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증권시장 측면에서는 다양한 비정형적 증권의 소액 발행·투자 및 거래에 대한 요구가, 디지털자산 측면에서는 규율 공백과 신기술 편의성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한 관련 사업자들이 제도권인 증권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고 정비안 도입 이유를 설명했었다.
서울거래 추효현 대표는 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증권을 ‘내연기관’으로 비유해 본다면 토큰증권은 ‘전기차’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전기차와 내연자동차들이 경쟁하는 것처럼 한동안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의 활용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상품군이 늘어나고 중개인 비용이나 거래속도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의 성장성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22년에 발표한 글로벌 시장 전망을 토대로 한국 토큰증권 시장을 추정한 결과, 2024년 34조원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36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에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빠른 성장을 거쳐 2030년에는 14.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특히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주식, 부동산을 포함해 금융업 관련시장이 7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일찌감치 토큰증권을 새 ‘먹거리’로 삼고 진출을 준비해 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다수가 토큰증권 실행에 대비해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시장 선점 및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을 맺거나 증권사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인프라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토큰증권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전반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비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추진한 증권형토큰(STO) 플랫폼 서비스가 지난해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토큰증권 실무협의체 연합 ‘STWG’을 만들어 다양한 권역의 기업들과 협력해 토큰증권 사업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울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과 함께 토큰증권 협의체인 ‘한국투자ST프렌즈’를 구성해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갖췄다.
◆“불확실 속 의사결정 어려워” 현실화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 토큰증권 시장 성장의 전제조건으로 ‘관련 법제화 완비’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 규율을 위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은 공전 상태다. 윤석열정부는 디지털자산 규율체계 구축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 체계에 따라 발행할 수 있도록 시장여건 조성 및 규율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체계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법안 마련이 늦어짐에 따라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기색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식 제도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 사업 명의가 어렵다”며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서는 가능하지만 그것도 일종의 ‘준비과정’”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계속되다 보니 의사결정을 쉽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선정하는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중 현재 토큰증권과 관련한 서비스는 신한투자증권이 신청한 한 건 정도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서비스 출시를 위해 막바지 점검 중”이라고 설명했다.
토큰증권 특성상 다른 국가와의 논의도 활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일본의 경우 금융상품거래법과 자금결제법 등을 개정해 토큰증권을 증권에 편입하고 관련 사업과 세부규정 운영권한을 금융권에 양도한 상태다. 민간협의체인 JSTOA(Japan Security Token Offering)가 규제부터 사업모델까지 핵심 영역을 주도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이 현재 토큰증권을 열심히 하는 국가들인데, 이들 국가 관계자들하고 논의를 해도 실질적인 논의까지의 진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법령의 조속한 통과와 이에 따른 제도 정비와 같은 정리과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요청인 셈이다.

업계 내에서는 법령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현재 신한투자증권 외에 몇몇 증권사들이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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