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기획K] “사람 없어요” 농촌 초고령화의 여파…고춧가루 절반 이상 ‘수입산’
[KBS 청주] [앵커]
괴산은 충북의 대표적인 고추 주산지인데요.
그런데 초고령화가 심각하다 보니 고추 재배 농민 중 대다수가 70대 이상입니다.
괴산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농촌의 현실이 비슷해 농사지을 인력이 부족 하다 보니 전국의 고추 재배 면적은 4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는데요.
무엇보다 일손이 많이 가는 고추 재배 현실을 통해 농촌의 초고령화 문제를 알아봤습니다.
보도기획K, 한성원, 김소영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괴산의 한 고추밭.
수확 시기를 놓친 고추가 밭에서 썩고, 말라가고 있습니다.
한 달 전에 수확을 끝냈어야 하지만 70대 노부부가 감당하기 벅차 손을 놨기 때문입니다.
[고광호/고추재배 농민 : "나 막내야. 나이가 70인데 (작목반에서) 막내라니까. 어떻게 해요. 할 수 없지. 일손은 없고 그러니까 할 수 없어 이 지경이 난 거예요."]
이 작목반 농가 10곳 중 3곳은 고령으로 힘들어 수확기를 놓친 상황, 작목반원들은 내년에 농사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서인범/괴산 고추 시동 작목반장 : "힘도 좀 빠지고 이러다 보니까 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자꾸 면적도 줄다 보면 나중에는 이게(고추 농사가) 소멸되지 않을까."]
고추는 파종과 수확 시기에 기계를 전혀 사용할 수 없어 손이 많이 가는 농사 중 하나입니다.
노동 시간을 비교해봐도 배추나 무 등 다른 작물에 비해 3배 이상 힘들다 보니 새로 유입되는 젊은이가 거의 없습니다.
23년 전 전국 고추 재배 농민 중 65세 이상이 22%였지만 지난해에는 52%가 넘어 심각한 고령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명혁/전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장 : "외국 농산물에 의존하게 되고 외적인 요인에 의해 외국 농산물마저 안 들어오면 정말 심각한 농산물 수급상태가 벌어지겠죠."]
올해 전국의 고추 재배 면적은 2만 7천여 ha로 1975년 통계 작성이래 48년 만에 가장 적었습니다.
농촌의 초고령화로 가까운 미래에 국산 고추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성원입니다.
[리포트]
청주의 한 대형 소매점입니다.
매장엔 국산 고춧가루가 진열돼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강성순/소비자 : "(식당은) 거의 다 수입. 거의 다 수입 같고. 수입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농사 지어서 먹고 아니면 농사짓는 사람 지인에게 사서 먹고."]
실제로 고춧가루 수입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입 물량은 2,802톤 지난 2017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수입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 때문입니다.
중국산 수입 고춧가루의 소매 가격은 만 천 원대, 국산의 약 1/3 가격입니다.
싼 가격을 내세운 외국산이 식당 등 대량 소비처를 잠식하면서 국산 고춧가루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산 고춧가루 자급률은 2000년 88%에서 지난해에는 41%로 떨어져 이제 절반 이상이 외국산입니다.
[노호영/농촌경제연원 양념채소측팀장 : "양파는 90% 자급률 보이고 있고요. 마늘도 85%.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진작에 산업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했을 텐데 한계가 있죠."]
대표적 노동 집약적 작물인 고추 재배 면적 감소와 외국산 고춧가루의 시장 확산.
초고령화로 접어든 우리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김현기·김성은/그래픽:김선영
한성원 기자 (hansw@kbs.co.kr)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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