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녹색 핑크...소음에 왜 색깔이 붙을까?, 잠잘 땐 '이 색'
소음이라고 하면 그저 시끄러운 소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소음이 우리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화이트 노이즈, 백색 소음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녹색 소음, 갈색 소음 등도 있다.
왜 소음에 색깔이 붙을까? 물론 실제 소리에 색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소리 신호의 스펙트럼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색상'을 붙여 구분해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색상별 소음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중에서도 잠을 잘 자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소음은 무엇일까?
백색, 녹색, 갈색 다양한 색의 소음
앞서 언급했듯 우리에게 익숙한 백색 소음이 있다. 백색소음은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럼, 동일한 음량으로 전달되는 소음을 말한다. 마치 '쉿'하는 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들리는데 TV 혹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금속성 잡음과도 비슷하다. 소리 기술 의료 전문가인 스테판 츠멜릭은 "백색 소음은 방해가 되는 소리를 가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소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집중력을 높이고 편안함을 줘 학습이나 수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강력한 중음역 주파수가 특징인 소리가 바로 녹색 소음이다. 녹색 소음은 흐르는 강물이나 바다, 폭포 등 자연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백색 소음보다 진정 효과가 크고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 외에 폭우나 천둥, 거친 파도처럼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저주파 울림에 가까운 깊은 소리인 갈색 소음이 있다. 갈색 소음은 낮고 편안하면서도 고주파수 소음 차단에 효과가 있어 생산성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숙면이 필요하다면 분홍색 소음
미국 건강정보매체 '베리웰헬스(VeryWell Health)'는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백색 소음, 녹색 소음, 갈색 소음 모두 심신 안정, 집중력 향상 등의 효과가 있지만 숙면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분홍색 소음이라고 소개했다. 분홍색 소음은 백색 소음에 갈색 소음을 더한 것으로 음높이가 낮고 주파수 파형이 일정해 백색 소음보다 훨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붕을 톡톡 두드리는 부드러운 빗소리, 나무를 살며시 스치는 바람 소리, 해안에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 등이 분홍색 소음에 속한다.
분홍색 소음을 들으면 뇌파가 소리의 주파수 대역에 동기화돼 뇌가 편안함을 찾고 안정적인 수면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중국 베이징대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 의대에서 60세 이상 성인 그룹을 대상으로 밤에 간헐적으로 물 흐르는 소리와 유사한 분홍색 소음을 들려주고 다음 날 아침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분홍색 소음을 들은 참가자들이 듣지 않은 대조군보다 약 3배 높은 기억 유지율을 보였다.
분홍색 소음의 효과를 확실하게 입증하려면 대규모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분홍색 소음이 노인의 기억력 감소 예방이나 지연, 수면의 질 개선과 지속시간 증가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파수가 뇌에 주는 영향이 아니라도 특정 소음에 집중하면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뇌 상태에 분명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 한 가지 소리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모든 감각에서 뇌를 쉬게 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 뇌를 즐겁게 하고 활성화시키나 '가장 짜증 나는' 소음으로 평가되기도 한 파란색 소음도 있다. 번개가 동반된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 깊은 바닷속에서 들리는 소리 등이 파란색 소음에 속한다. 물론 이러한 소음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본인이 원하는 소리를 선택해 들으면 된다. 사운드테라피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 의견보다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소리를 찾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이나 연구 결과는 숙면을 위해 사운드테라피를 시작할 때 분홍색 소음을 가장 먼저 선택해 효과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참고하면 좋다.
김근정 기자 (luna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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