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정의 급조·졸속·미끼 정책들, 국정 신뢰·미래 흔든다
국정은 한 나라의 비전과 가치를 총합하고 실행하는 국가의 백년지대계이다.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국정은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고 국가의 공동체 질서를 유지·발전시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 그만큼 국정은 원칙이 중요하고, 집권세력은 국정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정의 본질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국책사업을 밀어붙이고, 시민 삶과 직결되는 정책을 조변석개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집권세력이 선거를 앞두고 ‘한방주의’ 유혹에 빠졌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국가균형발전을 지향한 것은 진보·보수 정권 모두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 발상은 시대적 과제와 정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온 나라가 분열·대립의 늪에 빠졌고 여권 전·현직 광역단체장들까지 ‘정치쇼’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종합계획과 엇박자를 내고, 제대로 된 내부 협의도 없이 자중지란에 빠졌으니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 ‘서울공화국’ 욕망을 자극한 매표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주식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한 것도 오락가락 정책의 대명사가 됐다. 경제위기가 아닌데도, “김포 다음은 공매도”라고 여당이 압박하고 금융당국 발표가 뒤따른 건 총선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개인투자자 표를 얻어보려는 정략이 시장 원칙과 어긋난 정책을 낳았고, 증시는 혼선만 커져가고 있다. 일회용품 규제는 기후위기·환경 문제를 성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였다. 지난해 환경부 여론조사에서도 87%가 필요성에 동의했고 정부도 1년 계도기간을 거쳐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자영업자 부담을 앞세워 지난 6일 철회했다. 국제적 추세와 동떨어진 건 물론이고, 그간 뭐하다 갑자기 민생 정책으로 급조됐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총선을 염두에 둔 ‘미끼 정치’가 공론 절차를 밟았을 리가 없다. 갑작스러운 선심성 정책 발표 때마다 ‘정부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을 선거 잣대로만 밀어붙이고, 툭하면 표적 찍어 겁박하고 손목 비트는 식으로 해도 되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권력의 단맛을 보겠지만, 그럴수록 국정은 헝클어지고 미래가 망가지게 된다. 국민적 관심사인 연금·노동 개혁은 뒷전에 두고, 단편적·즉흥적인 정책만 꺼내드는 인상도 짙다. 그게 쌓이면, 정치 혐오만 커질 뿐이다. 윤 대통령은 모호한 국정 철학·방향을 분명히 하고, 일관성 있는 책임 국정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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