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희대 대법원장 지명자, 사법 독립성·보수화 검증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사법수장 자리는 한 달 넘게 공백 상태가 이어져 왔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조 지명자에 대해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하여 사법부를 이끌어 나감으로써 사법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엘리트 법관으로 평가받는 조 지명자는 그동안 대법원 판결에서 보수 색채를 뚜렷이 드러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심리한 2018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2020년 1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선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의 정당성을 심리한 2019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재가 정당했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조 지명자는 대법관 인사청문위원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낙태죄, 사형제 등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 지명자에 관해서는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심도 있는 검증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조 지명자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수화하고 있는 사법부의 중심을 잡고 재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조 지명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해도 헌법에 보장된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만 70세인 대법원장 정년 규정상 1957년생인 조 지명자의 정년은 2027년 6월이다. 후임 대통령 당선인이 선출돼 있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퇴임(2027년 5월)을 앞두고 새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겠다고 나서면 극도의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돼 오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종석 헌법 재판관도 임기가 내년 10월이다. 11개월짜리 헌재 소장에 3년반짜리 대법원장은 그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양대 사법 수장의 임기와 향후 대법원장 지명권 행사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조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국회는 조 지명자가 사법부를 이끌 적임자인지 철저히 검증하고, 조 지명자는 성실한 답변과 구체적인 구상으로 국민에게 사법부 독립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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