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교모세포종, 'T세포 이식'으로 치료율 높인다?
생존율이 낮은 난치성 뇌암으로 유명한 교모세포종에 대한 신개념 치료법이 제안됐다.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안스데반 교수와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최혜연 연구강사가 공동 연구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치료에 활용 중인 기존 면역 세포 치료제의 여러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감마델타(γδ) T세포'를 제시했다.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는 세부적으로 95%의 알파베타 T세포와, 1~5% 정도의 감마델타 T세포로 구성된다. 이중 감마델타 T세포는 비교적 최근에 연구가 시작됐다.
이는 전체 T세포 중 소량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암세포에 작용할 뿐 아니라 종양 억제 효과도 강력해 다양한 전이성 암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하나의 장점은 체외에서 쉽게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알파베타 T세포와 달리 면역 거부 반응이 거의 없어서 환자 자신이 아닌 공여자의 세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성격을 활용한다면, 기존 감마델타 T세포 치료제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치료가 필요할 때마다 암 환자에게 투약해 환자의 혈액에서 감마델타 T세포가 증식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암 환자의 혈액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감마델타 T세포 증식이 어렵고 치료에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감마델타 T세포는 체외에서도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한 타인에게 기증받은 혈액에서 별도로 배양할 수 있다. 필요시 바로 충분한 양의 감마델타 T세포를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주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기성품(Off-The-Shelf) 세포치료제'다.
아울러, 연구진은 해당 치료제를 특정 암세포에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표적항암제'로도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도록 고안된 특수 수용체(CAR)를 T세포에 붙인 뒤 환자 몸에 주입하는 '카티(CAR-T) 치료제'의 원리를 동일하다. 이미 이를 적용해 '감마델타 CAR T세포 치료제' 생산법을 확립했으며, 치료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안스데반 교수는 "감마델타 T 세포를 이용한 치료 전략은 불치에 가까운 뇌암인 교모세포종에 새롭게 시도되는 수많은 치료법 중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감마델타 CAR T세포 치료제는 차세대 입양면역 항암세포치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캔서 레터'(Cancer letters) 최근호에 게재됐으며, 논문 평가에서 새로운 치료전략의 학술적 중요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악명 높은 난치암, 교모세포종?
교모세포종은 가장 흔한 원발성 악성 뇌종양이다. 전체 뇌종양의 12~15% 정도를 차지한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 등 표준 치료법을 모두 진행하더라도 평균 생존율이 2년이 채 안 돼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재발도 매우 흔하다.
이는 교모세포종이 뇌 조직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이기 때문이다. 신경교세포는 혈관과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경세포의 물질대사에 관여하고 손상이 발생하면 증식해 세포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신경교세포는 뇌 세포와 조직 사이사이에 촘촘히 뻗어 있는데, 교모세포종은 이를 타고 증식하기 때문에 다른 암보다도 성장 속도와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신약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제 개발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의 표적치료제뿐 아니라 비교적 최근 개발된 T세포를 활용한 치료제인 '면역관문 억제제' 역시 각종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있다.
교모세포종의 증상으로는 뇌압 상승으로 인한 아침 시간대 심한 두통을 느끼거나 메슥거림, 구토 등이 흔하다. 간질 발작이나 기억력 상실, 행동 변화 등도 유발한다. 종양으로 인한 뇌부종 때문에 신경 기능이 저하돼 팔다리의 움직임이나 감각, 인지기능이 저하하거나 얼굴 마비 혹은 언어 장애 등의 증상도 보일 수 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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