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설립, 서류 한 장으로 판단...고발 검토"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與 "권력형 비리...수사 의뢰해야"
[더팩트ㅣ국회=김정수 기자]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8일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 설립을 유엔해비타트 본부의 서류 한 장만으로 허가해 준 것은 국회사무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 사무총장은 한국위에 대한 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위는 국제기구 유엔(UN) 또는 그 산하 유엔해비타트의 공식 인가 없이 4년여간 활동하며 기업 등으로부터 44억 원을 모금해 논란이 됐다. 한국위는 최근 국회사무처의 시정 조치를 기한 내에 준수하지 않아 법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위와 관련한 국회사무처의 조치를 두고 질타가 쏟아졌다. 한국위가 유엔 등과 협약 없이도 국회사무처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되고, 동시에 거액의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적 비호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위는 2019년 9월 국회사무처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는데, 알고 보니 정식으로 유엔 등의 정식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국회사무처가 한국위 사기극에 방조 역할을 하고 눈뜨고 도둑질을 당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한국위 설립 문제와 관련한 제보가 지난해 12월 국회사무처에 접수됐지만 1년 가까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위는 44억 원의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고, 그 배경에는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박 전 수석이 한국위 초대 회장을 맡으며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국회사무처가 이를 방치한 이유가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나 사무총장의 제 식구 봐주기가 아니었나"라고 꼬집었다.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사무총장이 재직 중이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위 설립과 관련한 국회 자료를 보면 '사업계획과 국회 관련성이 다소 미흡해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국회사무처 산하) 설립을 허가받은 법인은 전체 55%밖에 되지 않는다.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설립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같은 민주당 출신인 유인태 당시 사무총장이 설립을 허가해 줬다"며 "박 전 수석이 한국위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조직적으로 동원해 선거운동을 했고, 청와대에 기업인을 불러 수억 원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있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위 설립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문구, 한국위 협력을 시작한다는 점, 본부가 한국위를 지원한다는 점 등(이 적시된) 유엔해비타트 사무총장의 서한 서류 하나만 가지고 협약이 끝난 것으로 안 것은 국회사무처의 잘못된 판단"이라며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제보를 받고 난 이후 20차례에 걸쳐 사실 확인 등이 있었다"며 "(한국위에) 재촉하고 (유엔해비타트와 기본 협약 등을) 요구했음에도 (협약 체결을) 하지 않았기에 최종적으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위는 정관에 '유엔해비타트와 기본 협약을 준수한다'고 적시했지만 단 한 차례도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한국위에 협약을 맺으라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한국위는 정해진 시한까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사무처는 지난 2일 한국위에 대한 법인 취소를 결정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무엇보다 가슴 아픈 건 한국위 출범식 당시 참석했던 학생들"이라며 "4년이 지나서 '사기였고 속았다'라는 것을 알면 얼마나 상심이 크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전체가 부끄러운 일이고 국회사무처에서도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어야 한다"며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문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위 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조만간 법률가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국회의원들이 추천한 전문가들까지 참여시켜 충분히 논의 과정이 개진되고 투명하게 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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