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면 없는 라면’의 인기, 기발한 발상의 전환
주인공이 없다는 뜻으로 자주 표현되는 '앙꼬 없는 찐빵'이 과연 팔릴 수 있을까? 일본에서 '면이 들어가 있지 않은' 라면이 출시돼 '팔릴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 굴지의 인스턴트 라면 메이커 '에이스 쿡'은 '면 없는 라면'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의 원조 모델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미역 라멘 참깨 간장'이라는 제품이다. 기본면에 미역이 많이 들어간 히트상품이다. 최대한 많은 양의 미역을 넣으려고 노력한 제품이었다. 그러나 특수 건조된 미역 재료는 물과 합쳐졌을 때 10배 정도 부풀어 오르고, 이렇게 미역이 많아지면 넘쳐 버리기 때문에 양을 늘리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라면 상품에서 면을 제거해 보자'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회사 연구진은 '주연'격인 면을 완전히 제거하고, 대신 기존 미역양의 4배를 더하면서 스프 맛은 그대로 재현한 제품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에 '미역라~멘 없는 참깨 간장'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 3년 전에 기간 한정으로 출시됐고 매우 호평을 받았다. 올해 2월 드디어 정식 상품으로 발매됐다.
물론 라면 전문메이커인 이 회사 내에서도 면을 제거하는 것에 대해 꽤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외부의 소셜미디어 등에서 매우 화제가 됐다. 재미있고 유니크한 상품 출시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3년 전 발매 당시에는 '무면'이라는 임팩트를 전면에 내세워 판매됐지만, 이번에는 뚜껑에 칼로리와 당질을 기입하는 등 건강 의식에 호소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칼로리 함량이 기존 라멘 제품의 경우 343㎉인 반면, 면이 없는 이 '미역 라멘'은 46㎉에 불과하기에 죄책감 없이 먹어도 된다고 어필하는 것이다. 소매 가격은 255엔(약 2250원)이다. 전국의 슈퍼나 양판점,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렇듯 맛을 바꾸지 않으면서 '주연이 없다'라는 컨셉의 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발한 '면 프리 메뉴'를 내놓아 히트한 가게도 있다. 메뉴는 '면없는 라멘 밥'이다. 다치카와에 있는 라멘 가게 '다치카와 마시마시 소혼텐'의 이야기다.
'면이 없는 라멘'에 밥과 같이 먹는다는 독특한 메뉴다. 원래는 가득한 야채 위에 샤브샤브, 차슈, 죽순, 밥과 면 등을 얹어 먹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면을 먹을 때마다 위에 부담을 느꼈던 주인이 면을 뺀 라멘 메뉴를 출시했다. 이게 의외로 히트작이 된 것이다.
물론 면을 제거하더라도 밥을 넣으면 당분이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면보다 조금 가벼운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어쨌든 최근 일본 노년층에서 평생 즐겨먹던 '면류'를 멀리하는 것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메뉴명만이라도 '면'을 남기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듯하다.
위의 두가지 사례와는 결은 다르지만 또다른 '주연 없는' 상품이 신문사에서도 출시돼 인기다. 이 '신제품'은 도쿄 신문을 인쇄하는 '사이쿄 오프셋'(Saikyo Offset)'의 공장에서 출시됐다.
이 공장의 주업무는 일간지 형태 사이즈의 신문을 생산하는 일이다. 과연 어떤 신상품을 출시해서 인기를 얻고 있을까 상상이 잘 안되지만, 놀랍게도 아무 글자도 없는 '하얀 신문'이다. 또 하나의 '주연'없는 히트상품이다.
대형 윤전기의 경우 복사기처럼 종이가 첫 페이지부터 깔끔하게 나오지 않고 걸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큰 종이롤이 돌아갈 때 잉크가 섞일 때까지 인쇄되지 않고 낭비하는 일반 용지가 있다. 한 롤당 20부에서 30부, 하루에 약 500부의 순백색 신문이 생산되는 것이다. 도쿄 신문은 이 글자가 없는 하얀 신문 5일분(약 30장)을 450엔(약 3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 사이즈라 아이들 그림용, 서예지 대용, 키친타월 대용 등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반려동물 변기에도 유용해 대량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열일'하며 인기를 주도하던 '주연'들에 의존해 온 히트상품들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하며 변신을 통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극단적인 '주연의 사라짐'이라는 전략도 시장에서는 먹힐 수 있다는 의미있는 교훈을 얻게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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