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탄소배출량 넘기면 운항 제한…HMM이 찾은 온실가스 줄이는 비법 [ESG클린리더스]
해운업계 '미래경쟁력' 친환경 R&D·기술도입
국내 최초 친환경 바이오선박유 시범운항도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세계 각국이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그 어느 업종보다 고민이 깊은 곳은 해운업계다. 선박을 운항할 때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탓이다. 그동안 얼마나 큰 배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를 경쟁지표로 삼았던 회사들도 이제 친환경 기술을 겨루고 있다. 환경 규제를 넘지 못하면 선박 운항에 제한을 받는 등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적 컨테이너선사 HMM(옛 현대상선)은 국내 해운사 중 최초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회사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 저탄소·무탄소 대체 연료에 대한 연구·개발(R&D)은 물론 기존 선박을 개조하거나 바이오 선박유 실증을 하는 등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중장기 전략의 열쇳말은 '친환경'이었다. 여기엔 사업 다각화 등을 포함해 약 15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담겼는데 친환경 전략으로 미래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톱클래스로 성장하겠다는 게 회사가 밝힌 전략이자 목표다.
앞서 회사는 2015년 에너지 효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고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선박종합상황실을 꾸렸다. 이 상황실은 실시간 모은 선박의 운항 효율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찾아내 온실가스를 줄인다.
또 적은 연료로도 멀리 운항할 수 있는 고(高)효율 초대형선을 도입하고 저(低)효율 선박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기존 선대의 선체 저항을 줄이기 위해 프리미엄 방오도료(선박 표면에 칠하는 오염방지 도료)를 도입하고 구상선수(선박 앞 모양)를 항해 속도에 적합하게 바꾸는 등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궁리했다.
HMM의 '미래경쟁력' 친환경 R&D·기술도입, 어디까지 왔나
HMM은 최근 여러 업무 협약을 통해 친환경 기술을 들여오고 있다. 우선 회사는 롯데정밀화학과 '탄소중립을 위한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암모니아·메탄올 벙커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롯데정밀화학이 해외에서 확보한 암모니아의 해상 운송을 HMM이 담당하고 선박 공급과 운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암모니아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데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GS칼텍스와 친환경 바이오선박유 사업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바이오선박유는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를 80% 이상 적게 배출하는 폐원료 기반 바이오디젤과 선박유(벙커C유)를 각각 3대 7 비율로 섞어 생산한다. 기존 선박 엔진을 개조하지 않고도 국제해사기구(IMO)가 요구하는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맞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과 국내 친환경 설비 전문기업 파나시아와는 컨테이너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의 실증 연구를 하고 있다.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OCCS)은 선박 운항 시 발생하는 배기가스 안에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배출을 방지하는 온실가스 대응 기술이다.
회사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선박유 시범 운항도 시작했다. HMM에 따르면 이 연료를 쓰면 약 24%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연간 전체 연료의 약 5~10%까지 사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친환경선 발주 등 탄소배출저감 규제
차세대 친환경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2월 메탄올을 주 연료로 하는 9,000TEU(20피트 컨테이너) 컨테이너선 아홉 척을 발주해 친환경 선박 도입을 본격화했다. 메탄올은 벙커C유 등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황산화물(SOx)은 사실상 배출하지 않고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분류된다.
IMO는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탄소집약도지수(CII)를 재어 선사들의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있다. 1톤(t)의 화물을 1해리(1,852m) 운송하는데 나오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하기 위해 연료 사용량과 운항 거리 등을 활용해 수치화한다.
IMO는 올해 운항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CII 등급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기준치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선박은 운항을 제한한다. 전 세계 5,000t 이상 선박은 1년 동안 운항 정보를 바탕으로 A~E 등급을 받는다. 이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모의실험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보유한 사선 예순일곱 척 중 단 한 척을 제외한 99% 선박이 운항에 적합한 A~D등급 예비 판정을 받았다"며 "고도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박 에너지 효율 관리와 항로 특성별 운항 계획을 마련해 항 내 체류 시간을 기존 대비 11.1% 줄일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우수한 평가로 이어졌다. ①노르웨이 컨테이너운임 분석업체 제네타(Xeneta)의 지난해 4분기 탄소배출지수(CEI) 조사 결과 동아시아~미국 서안 구간에서 최우수 선사로 뽑혔다. 또 ②글로벌 시황 분석기관 알파라이너가 선정한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 설치율 분야에선 세계 1위에 올랐다. 회사는 이와 함께 ③해양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조기 설치 ④선박 청소 시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잠수로봇 도입 ⑤항만 정박 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배 안에 발전기 대신 육상 전력을 사용하는 설비(AMP) 설치 등 여러 방면에서 친환경 정책을 따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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