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만약 만수르가 한국에 진출하면...'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걸림돌 될까 ④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2023시즌 K리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의 도입이다. K리그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내세운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말로 비판을 받을 만한 제도일까.
2020년 12월 K리그 이사회에서 '비율형 샐러리캡'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부터 구단의 재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약 2년 후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부정적인 시선은 공통된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로 인해서 K리그의 발전에 악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걱정했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K리그는 2023시즌 유료관중 200만을 돌파하면서 더 리그의 규모를 키울 수도 있는 상황인데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로 인해서 발전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정말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리그의 성장을 막는 제도일까.
#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도입=리그 국제경쟁력 하락?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도입할 때 많은 도움을 준 스페인 라리가는 실제로 이러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이코노믹 콘트롤'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라리가 중소형 구단의 재무 상황이 실제로 개선된 건 사실이다.
최근 들어선 '이코노믹 콘트롤'로 인해서 각 구단의 투자가 제한되면서 리그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빗발치는 중이다. 2020-21시즌 이후로 라리가는 UEFA 리그 랭킹 점수가 계속해서 하락 중이라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스페인 '엘 파이스'는 지난 3월 "2021-22시즌 이후로 프리미어리그(PL)는 이적료로 번 비용보다 거의 30억 유로(약 4조 1843억 원)를 더 지출했지만 스페인 라리가는 같은 기간 순수 이적료로만 1억 6400만 유로(약 2287억 원)를 사용했다. 선수 영입 지출은 PL이 라리가보다 18배 더 높다"며 라리가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당장은 몰라도 향후에는 라리가가 PL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인 나오는 이유다.
물론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PL은 지속 불가능한 손실을 내는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축구에 있어서 좋은 미래인가?"라면서 '이코노믹 콘트롤'에 대한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외부에서의 발언과 다르게, 테바스 회장도 위기감은 확실히 인식했다. 라리가는 2021년 유럽 대형 사모펀드 기업인 CVC 캐피널 파트너스와 계약을 맺어 최대 26억 6750만 유로(약 3조 7345억 원)를 투자 받기로 결정했다. 이 금액 중 90% 정도가 라리가 구단에게 투자금으로 전달된다. 리그의 경쟁력을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한 라리가의 대답이었다.
다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같은 일부 대형 구단은 라리가와 CVC 프로젝트를 거세게 반대해 참가하지 않았다. 이들은 라리라가 구단들의 미래를 팔아서 투자를 받았다는 의견을 내세우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코노믹 콘트롤'의 방향성과 비슷한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의 K리그는 어떨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나가는 구단들이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잘 지켜내면서 일본의 J리그, 중국의 CSL 나아가서는 천문학적인 지출을 해내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혹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구단들과의 격차로 유지할 수 있을까.
연맹 관계자는 "수익 대비 선수 비용 70% 상항선이면 거의 모든 구단이 제약을 받지 않는다. 국제경쟁력 때문에 비율형 샐러리캡 시스템으로 도입한 것이다. (국제경쟁력 하락은) 생각하지 않는다.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를 벤치마킹한 이유는 사전통제 모델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라며 K리그의 국제경쟁력 유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K리그 구단의 수익 대비 선수 비용의 평균 비율은 61% 정도다.
이어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는 돈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막는 규정이 아니다. 다만 돈을 사용할 때 마케팅이나 다른 분야에도 투자를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소년 시스템이나 팬을 위해서도 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만약 만수르가 K리그에 투자하고 싶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중동 자본이 축구계에서 엄청난 머니 파워를 보여주는 것도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여전히 지속 중이다. 중동 자본이 유럽뿐만이 아니라 타 대륙에도 진출한다는 소식도 자주 들리고 있다. 셰이크 만수르가 운영 중인 '시티 풋볼 그룹'이 대표적이다. '시티 풋볼 그룹'은 맨시티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뉴욕 시티(미국), 멜버른 시티(호주) 등을 운영하면서 전 세계적인 축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시도 중이다.
최근 '시티 풋볼 그룹'은 아시아 네트워크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2015년 멜버른 시티를 시작으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 쓰촨 주누((중국) 구단의 지분도 사들였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중동 자본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근래에 중동 자본이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동 자본이 아니더라도 해외 거대 자본이 한국 진출을 원할 때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걸림돌이 될까. 연맹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맹 관계자는 "일단 중동 자본이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중동 자본은 이러한 제도에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K리그 진출한다고 해도, 수익 대비 선수 비용 70% 상한선은 유럽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 제도 때문에 K리그 진출을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동 자본이 재정 관련 제도에 익숙한 건 전 세계가 알고 있다.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주로 있는 맨체스터 시티는 유럽축구연맹(UEFA)과 재정적페어플레이(현 재정 건전성 규칙)를 두고 재판까지 진행했다.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 항소해 자신들에게 내려졌던 징계까지 철회하는데 성공했다.
현재도 맨시티는 PL 사무국과 총성없는 전쟁을 진행 중이다. 카타르 자본 중심인 파리 생제르맹(PSG) 역시 마찬가지다. 재정 건전성 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UEFA에 벌금을 낸 이력도 있다. 중동 자본은 재정적페어플레이와 같은 사후제제 성격의 제도도 크게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는 UEFA나 각 리그에서 시행하는 제정 규제과 다르게 사전통제형이다. 수익 액수에 따라서 선수 비용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추가 지출을 원한다면 수익을 더 만들면 된다. 이는 거대 자본에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연맹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연맹 관계자는 "만약 500억을 들고 온다면 350억은 선수단에 투자하고, 150억은 구단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 제도가 구단의 저변을 탄탄하게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되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해외 자본을 유입시킬 수 있는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해외 자본들한테는 환영받을 수도 있다. 재정 건전화 제도가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자를 방지하는 제도가 아닌가. 기업의 가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안정적인 투자처처럼 보일 수가 있다"고 전했다.
연맹 관계자는 흘러가는 말로 개인적인 추측도 더했다. "개인적으로는 중동 자본이 K리그에 진출한다면 마케팅 측면이 더 중요한 목적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마케팅 관련된 요소에 충분한 투자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당연히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한국과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다지거나 한국 선수들을 키워서 유럽으로 보내는 쪽에 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런 방향성이라면 1군 선수단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유소년이나 구단 기반 시설에도 많은 돈을 쓸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마흔살' K리그는 어떤 성장이 필요할까
K리그는 2023시즌 들어서 폭풍적인 성장을 해냈다. 특히 K리그1 우승팀인 울산 현대는 양적, 질적 성장을 모두 이뤄내면서 K리그에서도 '자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K리그의 미래에 있어서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뿐 이면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는 이면의 현실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개선하려고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리그의 성장을 억제하는 성격을 가졌다고 바라볼 수 있을까.
당장 K리그 25개 구단 중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구단이 5팀이나 된다. 완전자본잠식이란 누적된 적자로 인해서 구단의 자본통계가 0원인 상태를 말한다. 5개 구단은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의 규정대로 지난 8월 재무개선안을 제출했다.
자본통계가 -10억 미만인 구단은 2027년까지, -10억 초과인 구단은 2030년까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번 시즌부터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당장의 징계는 없다. 구단이 직접 제출한 재무개선안을 전혀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없었다면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되어버리는 구단이 더 나왔을 수도 있다. 계속해서 구단들이 적자를 내고, 재정이 흔들리면 그 구단의 미래만 망가지는 게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리그 전체가 무너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K리그가 발전하고 있다고 한들, 비인기구단의 자금 사정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K리그는 지금까지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해왔다. 리그의 전체적인 수준을 올려줄 수 있는 질적인 성장은 경시되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양과 질을 모두 성장시켜야 할 K리그다. 구단에 지급하는 지원금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지차제의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어서 더욱 '자생'할 수 있는 리그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연맹 관계자는 "만약에 K리그 구단 운영을 포기하고 싶은 모기업이나 지자체가 있고, 그러한 현실에서 발생한다면 줄줄이 구단 운영을 포기해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그래서 구단의 기반을 강화하고 싶다. 모기업과 지자체가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어버려도 각 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리그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 제도가 그 출발선이라고 인식해주셨으면 한다. 지속 가능성 확보가 최우선적 목표다"라며 K리그에서도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실은 쉽지 않다. 연맹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을 내려놓고 문제가 커지는 걸 쳐다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K리그는 세금만 축내는 리그'라는 인식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시작이 늦었더라도 이제는 변해야만 한다. "지금의 구조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연맹의 이야기에는 함축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연맹 관계자는 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요청했다. "팬들도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 일부 구단 대표자들이 구단 재무상태와 관계없이 성적만 만들어내고 가겠다는 운영을 하고 가는 경우가 있다. 성적만으로 사랑하는 구단을 평가하는 것보다는 그 구단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도 봐주셨으면 좋겠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