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 경성 마약굴 탐방기, 몰핀에 찌든 `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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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화배우 등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으로 또다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100년 전에는 마약 중독자를 '자신귀'(刺身鬼)라 했다.
자기 몸을 찌르는 귀신, 즉 몰핀 중독자를 이르는 말이다.
1923년 8월 14일자 조선일보에도 중독자의 비참한 말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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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다 달라도 중독이라는 함정에 빠져 그릇·금전 훔쳐 마약 계속하다 결국 체포 중국인들 낮은 벌금형에 잡혀도 또 밀매 한번에 잡아 강제치료하는 게 근본 방책
유명 영화배우 등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으로 또다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100년 전에는 마약 중독자를 '자신귀'(刺身鬼)라 했다. 자기 몸을 찌르는 귀신, 즉 몰핀 중독자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이 모여드는 '마굴'(魔窟) 탐방기가 동아일보에 4회에 걸쳐 연재되기도 했었다. 그 '마굴'의 모습을 찾아 가보자.
"경찰 당국에서도 이미 그 내막을 모르는 바는 아니라 심심하면 한 번씩 검거를 하기도 하나, 도저히 죽기를 한하고 사러 오는 그 사람들과 돈이라면 정사(情死)라도 하려고 하는 중국인들의 무서운 힘에는 도저히 평범한 경찰력으로 어찌 하는 수 없는 모양이다. 그 중에도 서소문정 4번지 중국인 임기맹(林基孟·40)의 집이 그곳이니, (중략) 그 입구 부근에는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중국인 한 명이 항상 서서 망을 보고 있으므로, 만일 조금이라도 수상한 사람만 그 골목으로 들어서면 그 자는 즉시 달려가서 일제히 매매를 중지케 한다. (중략) '모루히네' 중독으로 인하여 거지가 된 자들은 일찍이 명문에서 태어난 자와 부요(富饒)한 생애를 누려 즐겁고 속절없던 역사를 가진 자가 많으므로, 자연 전일에 교분이 있는 자들을 유인하여 매일 이 소굴로 안내를 해가며 그날 그날의 안타까운 '모루히네' 생명을 부지해 가는 것이라 한다. 남대문 정거장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손들에게 중국말, 일본말로 잔돈푼을 애걸하는 조선 소년이 있으니, 그는 평양 출생으로 김만복(金萬福·14)이라는 소년이다. 이 소년은 그 부친을 쫓아 어려서부터 모루히네 주사를 맞다가 마침내 이제는 밥보다도 '모루히네'가 없으면 죽게 되는 마지막 길에 든 가련한 자이다." (1923년 11월 7일자 동아일보)
"문을 들어서며 마주 보이는 돼지우리가 주인 임기맹의 집이니, 가장 애처로운 것은 그의 딸 화자(花子·14)이었다. 하루에 몇 차례씩 '주사침'으로 고운 살을 찌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가긍(可矜)한 신세가 된 것이다. (중략)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5~6명의 조선 사람과 중국 사람이 정신없이 주사를 맞고 있는 것이 나타난다. 너나 없이 정신을 잃고 나의 손으로 나의 몸에다가 주사를 하는 그 암담한 꼴은 차마 바로 볼 용기조차 나지를 아니 하였었다. (중략) 임기맹의 집 앞뜰에는 다시 중국인 장재(張財)라는 자가 있으니, 그는 김성녀(金姓女·26)라는 조선 여자를 아내로 거느리고 경찰의 눈을 속이고 '모루히네' 밀매에 몰두를 하는 것이니, 이 자의 밀매장에는 전후 열흘 동안 물 한 모금 못 먹고 주사만 놓아 달라고 신음하고 있는 김용달(39)이라는 경상도 동포가 죽은 사람같이 들어 누었으며, 그 옆에는 일전까지 모 회사의 중요한 지위에 있는가 하는 이모(李某)가 앉았다가 기자를 보더니 낯을 숙이고 다시 아무 말도 아니 한다. (후략)" (1923년 11월 8일자 동아일보)
"원인은 다 다르다 해도 '중독'이라는 함정에 빠진 뒤에는 너나없이 세상에도 가긍한 '자신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모루히네'를 밀매하는 곳은 시내에만 10여 곳이나 되는데, (중략) 그러다가도 한 대만 맞으면 정신이 쇄락(灑樂)하고 원기가 회복되므로 그들은 살려고 맞든지 죽으려고 맞든지 좌우간 주사를 맞고 나서는 벌이를 하고 벌이를 한 돈으로는 주사 값을 삼는 것이 일과가 되고 마는 것이다. (중략) 모루히네 밀매자에게 대한 법률의 제재는 '500원 이하의 벌금이나 3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함'이라는 조문이 있으나 대개는 40~50원의 벌금형에 처벌되는 것이 상례이므로 한 달에 한 번씩만 잡혀 가도 그 벌금의 몇 배씩 남을 수가 있으므로 돈벌이에 눈이 뒤집힌 중국인들은 대담하게도 경찰서에는 잡혀가도 밀매는 아니할 수 없다는 결심으로 단행하는 모양이다." (1923년 11월 10일자 동아일보)
"총독부병원 정신과 원(原)의관은 '아무리 중한 중독자라도 약 1~2개월만 병원에 맡겨주면 완인(完人)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러나 약을 떼고 나서 앞으로도 1~2개월 동안이 제일 귀중한 기간이니, 가족들은 될 수 있으면 병자의 애원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의사가 지정한 기간 안에만 결단코 퇴원을 시키지 않는 외에는 전쾌할 여망은 없는 것이 올시다'고 말한다. 또한 종로경찰서 삼(森) 종로서장은 말하길, '조선에 절도가 많은 것은 모루히네 중독자가 많은 까닭이 올시다. 그러하므로 범죄를 감퇴시키는 근본 방책 중에 제일 큰 문제는 모루히네 중독자의 강제 치료올시다. 그것도 경성에서만 하면 인천으로 몰리고, 남도(南道)에서 잡으면 북도(北道)로 몰리는 폐단이 있으므로 일정한 시기를 정하여 조선 전국에서 한날 한시에 일제히 중독자를 잡아다가 일시에 강제 치료를 하지 아니하면 도저히 범죄의 끊일 날과 아까운 인생을 함정에서 구할 날은 다시 오지 못할 줄로 압니다'고 하였다." (1923년 11월 11일자 동아일보)
1923년 8월 14일자 조선일보에도 중독자의 비참한 말로가 나온다. "임연화(任蓮花·33)라고 하는 여자는 일찍이 경성 화류계에서도 당대에는 수백 명 화류계 청년의 가슴도 썩였고 사랑을 받기도 남에게 지지 않던 터이더니, (중략) 일시의 쾌락을 얻고자 아편과 모루히네로 주야(晝夜)의 세월을 보내다가, 마침내 전신(全身)에는 모루히네 침 자취가 빈틈없이 빽빽하여 말할 수 없는 병신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시내 각처로 돌아다니며 그릇과 금전을 훔쳐서 그 생활을 계속하고자 하다가 마침내 체포되었다더라."
회남자(淮南子)에 '인성욕평기욕해지'(人性欲平嗜欲害之)라는 글이 나온다. 사람의 마음은 평온하려 하나 기호(嗜好)와 욕심(欲心)이 그것을 해친다는 뜻이다. '심사평원주마이방난수'(心似平原走馬易放難收)라는 글도 보인다. 마음은 평원을 달리는 말과 같으니 놓치기는 쉬워도 거둬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마약 끊기도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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