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180조 넘겨…증권·보험사의 2배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허용에 은행·핀테크 협업 기대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증권사와 보험사보다 은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운용 중인 퇴직연금 적립금의 규모는 180조원을 넘어서 증권사와 보험사의 두배에 달했다.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81조925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174조9013억원에서 4.02% 증가한 것이다.

은행은 증권사와 보험사보다 2배 가량 많은 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각각 80조3602억원, 87조4108억원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의 경우 올해 계속 87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내년 6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을 허용할 전망이다. 이에 각 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등 퇴직연금 운용 전략을 더욱 활발하게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각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 또는 핀테크사와 협업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기업 파운트와 협업해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인 ‘우리로보’를 서비스 중이다. 퇴직연금 운용 역시 파운트의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한 해당 서비스는 투자성향별 펀드 포트폴리오 추천, 해당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진단, 퇴직연금 운용, 리밸런싱 등 사후관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로보 퇴직연금’ 서비스는 기존의 투자성향에 따른 포트폴리오에서 확장해 연령대까지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는 특징이 있다. 연령대에 따라 주식형 자산과 채권형 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 은퇴시점(Target Date)에 최적화한 파운트만의 자산배분 프로그램(Glide Path. 연령에 따라 자산배분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가운데 파운트가 우리은행을 통해 최초로 선보인 원천기술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쿼터백투자자문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신탁상품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자문형 상품으로 영업점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한도는 2000만원이다.

이밖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마이쏠’와 ‘HAI Robo(하이 로보)’ 등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각각 개인화한 포트폴리오 추천, 효과적인 자산 배분 등을 서비스한다.

이처럼 은행이 많은 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 중인 만큼 각 투자자들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전략을 시도할 전망이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퇴직연금 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역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은행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핀테크 기업들 간의 협업 사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투자 일임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각 금융사들이 관련 핀테크 기업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기존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며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퇴직연금을 비롯한 노후 준비 자금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에서 컴퓨터 알고리즘 기반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 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