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만난 인요한 “도와달라”… 홍 “尹 믿고 ‘듣보잡’들 설쳐”

박지원 2023. 11. 8. 18: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 혁신위원장 연일 통합행보
인 “아픈 처방 내리고 기다리는 중”
이준석엔 “당 돌아와 중책 맡길”
홍 “尹 호가호위 세력 정리해달라”
“총선 관여 못해” 인 요청에 거절 뜻
인 “3호 혁신안, 청년·미래 논의 중”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안팎의 비주류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며 통합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멘토 역할을 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1호 혁신안이었던 ‘대사면’에 불쾌감을 표출해온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만나며 분열을 수습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8일 대구시청에서 홍 시장과 회동을 갖고 당 혁신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식물정권이 된다”며 “혁신위가 (대통령을 이용하는) 세력들을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대통령을 ‘호가호위’해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문제가 크다. 아마 최근 대통령이 많이 깨달아서 자기를 이용하는 세력을 지금 멀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오른쪽)이 8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혁신을 위한) 분위기 만드는 것을 도와 달라”고 했다. 홍 시장은 혁신위가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요구한 당 지도부를 향해 “전권을 줬으면 혁신위 말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구=뉴시스
홍 시장은 현재 당 상황에 대해 “윤석열정부 들어와서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 대통령을 믿고 초선 의원이나 원외 인사들이 나서서 중진들을 군기 잡고 설치는 바람에 위계질서가 다 깨지고 당이 개판이 됐다”며 “사람도 허리가 튼튼해야 건강한데 당에 허리가 없어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서는 “당을 혁신하러 오셨는데 전권을 주겠다고 했으면 인 위원장 얘기대로 해줘야 한다. 해주느냐 안 해주느냐 하는 논의 자체가 저질러놓은 것을 적당히 수습 한 번 해보라고 하고 수습 못 하면 혁신위에 덮어씌우려는 얄팍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인 위원장은 “홍 시장 말대로 우리는 다 대통령의 얼굴이고 당의 얼굴”이라며 “책임감 있게 똑바로 해야 한다. (그래서) 아픈 처방을 내렸고 지금은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신당 창당을 구체화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인 위원장이 연일 이 전 대표를 향해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이 전 대표는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들어와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가 권한은 없지만 이 전 대표가 돌아와 화합한다면 중책을 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인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박사님이 그렇게 노력하셔도 이 전 대표가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체제하에서 비례대표 정당만 창당하더라도 10석 가까이 차지할 수 있는데 지역구 나가겠다고 목맬 필요가 뭐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노원에 출마하면 100% 떨어지는데 그걸 영악한 이 전 대표가 모를 리 있겠나”라며 “사태를 이렇게까지 오게 한 원인은 초기 정권 초기에 대통령 믿고 설치던 철부지 애들”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스1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 김 대표는 먹잇감이 된다. 김 대표는 이 전 대표 못 당한다”며 “그럼 총선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연말까지 도와 달라는 뜻을 전하자 홍 시장은 “지금 만나는 게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에둘러 거부의 뜻을 전했다. 그는 “듣보잡들, 설치는 애들은 내년에 자동 정리될 거다. 정리되고 난 뒤에 새로 시작하면 될 일”이라며 “지금 와서 내가 총선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경북대학교 재학생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혁신위는 이날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청년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혁신위가 ‘대사면’과 ‘정치개혁’에 이은 3호 혁신안으로 청년·미래 의제를 논의 중인 만큼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혁신위에 청년 정치인 부족, 정치권의 청년 소통 부재, 청년 정책 미흡, 윤 정부의 R&D 예산 삭감 등에 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을 시작하면서 ‘통합’,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생’, 그다음 주제가 ‘미래’이고 미래 안에 청년이 있다”며 “오늘도 (혁신위) 회의를 하고 내일도 정기회의가 있는데 이후 세 번째, 네 번째 안이 무엇이 될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날 간담회 내용 등을 토대로 9일 정기회의에서 3차 혁신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