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곧 평화? 때론 몰락의 원인!

한겨레 2023. 11. 8. 18: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위에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왜냐면] 박상남 |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평화를 지키려면 상대가 도발할 수 없도록 강력한 힘을 키워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힘이 곧 평화’라는 공식은 침략전쟁으로 얼룩진 세계사가 인류에게 깨우쳐준 것이기도 하다. 그럼 힘만으로 평화가 보장되는가? 역사는 힘이 평화를 위한 충분조건이 아님 또한 알려주고 있다. 때론 힘이 심각한 오판과 대결을 부추기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만을 신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강한 힘을 가졌어도 공격을 받는 사례는 적지 않다. 힘이 평화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에 이스라엘 역시 엄청난 군사력을 가지고도 공격을 막지 못했다. 하마스 무장 세력은 이스라엘 시민 약 1300명을 죽이거나 납치하면서 충격을 줬다. 그들은가자지구 민간인들도 방패막이로 삼으며 억압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용서받지 못할 만행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독립을 불허하고 비인간적인 통제를 해온 것을 전쟁의 원인으로 보는 여론도 거세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이 하마스의 보복을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세계 최강 미국도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2001년 뉴욕에서 벌어진 9·11테러는 19명의 무슬림 청년들이 저지른 범죄였다. 범인들은 미국이 중동에서 저지른 만행을 응징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 과거 중동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폭격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복수라는 뜻이다. 또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는 것도 힘이 약해서당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자살폭탄 테러와 인질극도 힘을 앞세운 강자에 대한 증오심에서 시작된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보복은 강자에 의해 더 자주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9·11테러에 대한 징벌로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인명손실은 물론 소탕하고자 했던 알카에다보다 더 극렬한 무장집단인 이슬람국가(IS)를 탄생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최근 바이든은 9·11테러 당시 미국이 분노에 휩싸여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는 실수를 했다며 이스라엘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권고했다. 미국의 뒤늦은 반성일까? 현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도 강자의 응징이다.

때론 힘이 평화가 아니라 전쟁과 몰락을 불러오기도 한다. 강자는 흔히 힘으로 목표를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1·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또한 1970년대 베트남전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패배는 힘만이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역시 엄청난 국력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경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1979년 소련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붕괴의 길을 걸었다. 같은 해 중국의 베트남 침공도 목적을 완성하지 못하고퇴각해야만 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했다. 지금 러시아는 난관에 처해있다. 모두 힘을 앞세운 오만이 초래한 결과들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상상 못 할 파괴”를 다짐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1명의 하마스를 잡기 위해 10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이미 어린이와 노약자 등 수만명의 사상자와 14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부모와 형제를 잃은 가자지구 아이 중 상당수는 이스라엘을 증오하며성장할 것이다. 그들이복수의 악순환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어떤 분쟁이든 어느 한쪽만 옳은 경우는 드물다. 국가나 개인이나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국제사회와 유엔은 즉각적인 휴전과 협상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제 공조 시스템 복원을 통한 하마스 징벌과 전쟁범죄 예방이 최선의 길이 아닐까? 이스라엘의 보복은 잠시는 후련할 수 있어도 또 다른 원한을 남길 것이다. 더 큰 걱정은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의 분열과 더 큰 전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다. 전쟁의 불길은 초기에 잡지 않으면 많은 것을 태우고야 만다.

역사는 진정한 평화는 힘이 아닌, 상대에 대한 소통과 공감에서 시작함을 보여준다. 힘은 보조적 수단이며 경청과 이해가 주된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다. 감정적 자존심은 보복을 부르지만 이성적 자존감은 화해를 모색한다. 증오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이스라엘 국민의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균형 있는 중재가 중요할 것이다. 혼란의 시대 문화강국인 한국도 국제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과거 수많은 침략을 받았던 한국이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의제를 적극제안하고 앞장서는 리더십을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평화는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생존권이며 미래의 모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