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희학교, 장애학생 참여 소방훈련…장애인·비장애인 모두 안전할 권리

이병기 기자 2023. 11. 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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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 서구 당하동 인천서희학교에서 열린 '2023 재난약자 Able 합동 소방훈련'에서 장애인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운동장으로 대피를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불이야! 불이야! 바로 대피하세요!”

8일 오전 10시41분 인천 서구 당하동 인천서희학교의 1층 복도 2곳에서 연기가 치솟는다. 서희학교는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 300여명이 다니고 있다. 곳곳에서 “불이야”라는 고함과 함께 사이렌이 울리고 1층 복도는 금세 연기로 가득차 앞을 보기가 힘들다. 1층에 있는 ‘느티나무’반 문이 열리고 한 교사가 휠체어에 앉아 마스크를 쓴 학생을 밀며 건물 끝쪽 문을 통해 대피한다. 이어 12명의 학생이 각 담당교사와 함께 연기 속을 헤쳐간다. 느티나무반은 복합 장애로 홀로 거동이 어려운 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2층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학생들도 교사들과 함께 계단으로 줄줄이 내려온다. 1층에 도착한 한 여학생이 연기를 뚫고 복도를 이동하다 갑자기 주저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는다.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교사가 겨우 달래 일으킨 뒤, 운동장으로 빠르게 대피했다. 화재 경보가 발생한지 7분만인 오전 10시48분께 학생 295명 전원이 무사히 대피하는데 성공했다.

8일 오전 인천 서구 당하동 인천서희학교에서 열린 '2023 재난약자 Able 합동 소방훈련'에서 검단소방서 소방관들이 화재진화를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이날 인천 검단소방서는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전을 방불케하는 재난 대피 훈련을 했다.  이른바 ‘안전을 위한 첫걸음 재난약자 Able 훈련 프로그램’이다. 통상 재난대피 훈련이 장애인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훈련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날 운동장에서 만난 유택연군(12)은 “학교에 불이 나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알아 너무 든든하다”며 “친구 손을 잡고 나와 훈련도 즐거웠다”고 했다.

신민규 검단소방서 훈련평가팀장은 “지난 3월부터 조금씩 서희학교 학생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며 “처음엔 사이렌 소리에 아무것도 못하고 주저 앉은 아이들이 이젠 코와 입을 막고 잘 대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반복적인 훈련으로 우리 아이들이 보다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주 서희학교 교장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 안전할 권리가 있다”며 “융통성이나 상황 대처가 매끄럽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훈련에 함께한 도성훈 교육감은 “이번 훈련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안전 교육에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소방에서 함께 해 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장애 학생들이 안전에 대한 인식과 예방을 할 수 있고, 실제 상황이 벌어져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며 “오늘과 같은 교육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잘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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