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만년 청년'입니다…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12일 오후 6시 신한 플레이 스퀘어 라이브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건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흔들며 으르렁거리던 야생마의 기색은 간데없다.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현대축구의 '플레이 메이커'처럼 여유를 갖고 너털웃음을 짓는 싱어송라이터는 강산에(강영걸)다. 삼손처럼 앞만 보고 달리며 포효하던 그는 이제 Z세대를 응원하고 지지를 받는 '연어 뮤지션'이 됐다. 연말, 특히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울려 퍼지는 그의 대표곡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그 역시 매년 소환될 태세다. 올해 데뷔 31주년을 맞은 강산에는 이처럼 새로운 날들을 산다.
단독 공연장 무대엔 5년 만에 다시 선다. 오는 12일 오후 6시 서울 신한 플레이(pLay)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데뷔 30+1주년(31주년) 기념 단독 공연 '+1 재회'를 펼친다. 1992년 1집 음반 '강산에 Vol.0'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인 이후 맞게 된 데뷔 30+1주년을 기념한다. 강산에가 그간 발표한 곡들의 정수를 총망라한다. 드럼, 베이스 연주자가 결합한 '풀밴드 구성'으로 새로 편곡된 버전을 들려준다. 다음은 최근 소속사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에서 강산에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
-합주 연습을 즐겁게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예전 멤버들이랑 한 10여 년 만에 같이 하게 됐어요. 보고 싶기도 해서 제가 용기를 내 제안을 했죠. 밴드 친구들도 기뻐했고 그래서 다시 만나 합주를 하고 있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콘서트 타이틀 '재회'의 개인적 의미는 이 친구들이랑 재회를 뜻해요. 대외적으로는 오랜만에 단독공연으로 팬들과 '재회'한다는 의미가 있죠. 콘서트 제목엔 이런 복합적인 의미를 담았어요."
-요즘 젊은 뮤지션들 사이에선 비효율적이라며 밴드 문화를 기피하는 이들도 있는데, 산에 씨가 생각하시는 밴드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모든 것이 동전의 앞면·뒷면처럼 양면성이 있죠. 물론 혼자 다니는 것보다 쉽지 않은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밴드가 하나가 됐을 때 시너지는 느껴봐야 알아요. 여러 명이 하나의 조직이 될 수 있는 매개체가 음악이죠. 노래는 제가 부르지만 저마다 악기로 노래하는 거거든요. 이 노래들이 맞아 떨어질 때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연습하는 내내 '그래 바로 이거지'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5년은 어떠셨나요. 곧 신곡을 내신다고요.
"제가 늘 창작을 해왔던 사람인데, 앨범 나올 때까지 집에 머물면 '집돌이'로 계속 있을 거 같겠더라고요. 삶을 '음악적인 모드'로 바꾸려면 일단 공연 활동부터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난 8월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죠. 이번 공연 끝나면 밴드 친구들과 집중적으로 한 곡씩 녹음해서 먼저 음원으로 발표할 생각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요새는 아티스트가 대중들이랑 소통하는데, 옛날처럼 곡을 다 만들어 CD에 담아서 하지 않더라고요. 저도 이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아요. 제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만 있으면 되는 거죠. 물론 지금도 옛날 곡만으로 공연을 할 수 있고 그걸로도 충분히 동력이 되지만 제 신곡을 기다리는 팬들도 있으니까요."
-그럼 이번 공연에선 '깜짝 신곡 공개'는 없는 건가요?
"예 없어요. 근데 술자리에서 (공개되지 않은 신곡을) 가끔씩 하긴 해요. 하하."
-술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겠네요. 작년이 데뷔 30주년이라서 새 앨범을 '짠'하고 내실 거라 기대하시는 팬들도 많았는데요. 근데 30주년이라는 숫자에 압박감을 느끼고 않고 그냥 넘어간 것도 산에 씨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계획을 그렇게 세웠었죠. 근데 그냥 일상이 편안해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죠. 먼저 낼 신곡은 술에 관한 노래예요."
-데뷔 30+1주년(31주년) 기념 단독 공연 '+1 재회'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우리는 10주년이라는 단위에 대해 관성적으로 갖는 관념이 있잖아요. 그런데 30주년을 넘어서 31주년이 되니까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오래 살았다고 자랑할 일도 아닌 것 같고 싱싱해 보이려고 '+ 1'을 붙였습니다."
-꾸준히 노래해오신 역사에 대해 환기가 되고 동시에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도 들어서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근데 또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소환되는 산에 씨의 노래가 있잖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계속 이 노래가 소환되는 게 좀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지난 2020년 유튜브 채널 ODG에서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들려준 '연어'는 8일 현재 조회수 1181만을 돌파했다.)
"전혀요. 제겐 고마운 일이고,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 노래가 은연중에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있을지 몰랐어요. 이건 제 계획도 아니고 제 뜻도 아니었죠. 그냥 그런 환경이 제게 주어진 거죠. 노래를 기억해 주고 불러주고 다시 소환하고, 그만 불릴 때가 됐다 싶으면 또 누가 불러주고…. 그 영상 덕분에 최근에 젊은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더라니까요. 그 영상 출연 전엔 저를 알아보지 못했거든요. 예전 저의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지금 짧은 머리 스타일이 아닌 장발을 떠올리실 거예요."
-원래도 산에씨에게는 청년의 이미지가 있는데 '연어'로 청춘을 위로하는 모습 덕분에 '만년 청년'이 됐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청춘을 위로할 수 있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할까요?
"이번에 밴드 연습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속일 수 없는 연식이 있지만, 예를 들어 20~30대가 스포츠카를 모는 모습이랑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스포츠카를 타는 멋이 좀 다르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요즘 로큰롤을 하고 싶어요."
-몇년 전부터 '옛날보다 부드러워졌다'는 말씀을 좀 많이 들으시죠
"아무래도 이제는 좀 안아줄 줄 알고 조금씩 챙길 줄도 알게 됐죠. 예전엔 정말 저밖에 몰랐거든요. 타인에 대한 인정도 잘 하지 않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오픈이 됐다고 할까요."
-(약 2016년부터) 제주에서 사시게 된 것도 그런 성향에 영향을 좀 미쳤을까요?
"제가 오픈된 지는 꽤 오래됐어요. 그 과정 속에서 최근 제주의 삶이 더 영감을 줬거나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죠. 예전 같았으면 못 낼 용기를 내니까요."
-근래 몇몇 인터뷰를 읽어보니까 예전에 갖고 있었던 '아티스트병'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근데 충분히 아티스트병을 가지셔도 될 만한 분이기는 합니다.
"예전엔 자의식이 되게 강했죠. 누가 저를 연예인처럼 생각하는 걸 싫어했어요. 제 편견이었고 제 고정관념이었죠. 그런데 대중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연예인이더라고요. 그걸 알아차리는 데 되게 오래 걸렸어요. 이제 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고요. 어마어마하게 자의식이 강했고, 고집도 셌고, 삐딱했죠. 이제 저를 더 알게 되면서 거꾸로 이제 타인에 대한 삶을 인정하기 시작한 거예요."
-정규 3집 제목이 '삐따기'(1996)이기도 했어요. 맞습니다. 별명도 '노래하는 삐따기', '이 시대의 아웃사이더'였죠.
"그 때는 삐딱하고 싶었어요. '태극기'('삐따기' 수록곡)에 이런 노랫말이 있잖아요. '나는 그래도 내가 만든 삐따기야 / 하지만 너는 우리가 만든 삐따기'. 당시 시청 앞에 삐딱하게 걸려 있던 태극기랑 동질감을 느껴서 만든 노래였죠. 그 때 아티스트들은 시대 상황을 노래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어요. 제가 아는 외국 아티스트들이 다 그랬으니까요. 하하."
-히트곡이 많은데 혹시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이 있어요. 예컨대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곡이나, 생각보다 덜 주목 받은 곡 같은 거요.
"특별히 그런 건 없어요. 다만 알려질 만한 곡들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더 이렇게 대중들 앞에서 나서서 '공연이나 노래를 많이 해야 되겠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명태' 가사를 봐 볼까요. '명태라고 헤떼이제이니(잠깐 아우 왜그리) / 고맙습니데이~' 이처럼 산에 씨 노래를 듣고 이런 노래가 어떻게 보면 다른 의미로 K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말의 맛을 잘 살리는 노래니까요. 한 때 '한국적 로커'라는 얘기도 많이 들으셨는데 '한국적인 노래'라는 게 무엇일까요?
"데뷔했을 때 칼럼니스트 분들이 제 음악에 대한 평을 해주시면서 '한국적인 정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게 처음부터 부각되다 보니까 그때 이후로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이 됐죠. 그런데 이제 워낙 국제화되다 보니까 많은 문화적인 언어들이 섞여 있잖아요. 예전에는 영어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거부감이 일던 시대도 있었는데 이제 일상 용어처럼 들리죠. 일일이 영어다 한국어다 대놓고 따지지 않는 시대가 되기도 했죠. 그럴 건 감안해야 하는 거 같아요. 어쨌든 전 그냥 제 시대를 살고 있을 뿐이고요."
-유연한 모습이 너무 좋은데 '축구광'이신 만큼 축구를 통해서 대중과 또 다른 소통 창구를 만들어도 좋을 거 같아요.
"저 축구 너무 좋아하거든요. 축구 마니아예요. 국내에 유럽축구 리그가 제대로 방송되기 전부터 현지 리그를 챙겨봤었어요. 우연히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님 채널에 한번 출연하기도 했어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연락이 왔고 기쁘게 화답했죠."
-혹시 축구랑 음악이랑 공통점이 있을까요?
"현대 축구가 점점 필요로 하는 게 창의적인 플레이잖아요. 크리에이티브한 거죠. 음악도 그렇잖아요."
-전 축구는 잘 모르지만 예전 산에씨 이미지는 야생마 공격수 같았다면, 지금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플레이 메이커' 같은 느낌입니다.
"맞아요. 옛날에는 경주마처럼 그냥 앞만 보고 갔어요. 지금은 다르죠. 이번 공연에서 밴드 멤버들이 있으니 (악기를 연주하지 않아도 되니까) 제 손발이 자유로워졌는데요. 덕분에 엄청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매니저는 '거의 춤을 출 정도'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사실 전 집에서 되게 까부는 편이거든요. 사실 무대에서도 좀 까불고 싶은데 기타를 치고 있으면 그걸 소화하느라 감을 잘 잡지 못해요. 이젠 마음대로 까불 수 있는 편안함이 있죠. 같이 놀면 진짜 즐겁잖아요. 이제 같이 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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