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어도 한다’던 정부·여당, 정책도 혁신도 ‘표퓰리즘’만
“오히려 득표에 해가 될 것” 지적도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에 이어 정부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 일회용품 제로 정책 폐기, 가정용 전기요금 동결 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도 의원정수 축소 등 정치혐오에 기댄 혁신안을 내놓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총선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특정 세력에게 소구할 법한 정책을 마구잡이로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사회 전체적 영향을 고려해 책임감 있게 의제를 던지지 않고 당장의 득표만 생각하는 ‘표퓰리즘’(득표+포퓰리즘)을 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관된 전략 없이 정책들을 난사하다가 오히려 득표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정부는 8일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대기업들이 쓰는 산업용 요금만 올리기로 했다. 총선 표를 의식해 소상공인과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을 건드리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연료비와 연동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등의 구조 개편을 회피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6일 전격 실시한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열망을 반영한 결과였다. 첫날 코스피가 5% 이상 뛰었지만 이날까지 이틀 연속 떨어지며 ‘1일 천하’에 그쳤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창궐 등 시장 붕괴 위기에 써온 극약 처방을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썼지만 그 효과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가 국제 표준에 맞지 않아 도리어 한국 주식의 저평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7일 발표한 일회용품 제로 정책 폐기는 일회용 컵이나 빨대 사용 금지에 부담을 느낀 일부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지만 기후위기에 민감한 20·30대 젊은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던진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메가 서울‘ 프로젝트의 경우 김포와 하남, 구리, 고양 등 일부 도시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장과 당원협의회 중심으로 호응하고 있지만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자당의 광역단체장들로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서울 시민들의 우려와 국토 균형발전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지금은 속도를 늦추고 숨을 돌리는 형국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난 3일 내놓은 2차 혁신안도 의원정수 감소, 의원 세비 반납 등으로 정치혐오 정서에 편승해 총선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비판받는다.
정부·여당의 이러한 정책은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상 코로나19 재난지원금처럼 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재정 포퓰리즘 형태와는 구별된다. 주로 특정 직군·세력·지역에 유리하거나 호감을 얻을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을 급하게 내놓다 보니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회용품 제로 정책 폐기와 김포의 서울 편입을 들어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낸 중요한 정책이 포퓰리즘적으로 조변석개하듯 뜯어고치는 일들이 최근에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농사지을 씨앗을 먹는 농부는 없다”며 “잠시 달콤할지는 몰라도 독이 되는 일들을 벌이면 국정 실패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단기적으로 힘들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는 것으로 2030의 지지를 얻어내 집권했는데, 그런 기본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득표에 성공할지도 의문이란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정치학)는 이날 통화에서 “포퓰리즘은 다수와 소수를 갈라쳐서 다수파를 점하는 하나의 전략이다. 백인 노동자 계급을 공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라며 “최근에 정부·여당이 하는 걸 보면 전략 없이 마구잡이로 던져서 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이라 부를 수도 없고, 눈앞의 표만 생각한 ‘표퓰리즘’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이날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가 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화곡을 마곡으로’ 했다가 세입자들한테 역효과였는데 이번에도 역풍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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