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하세요” “택시 고장 났다”… 보이스피싱 두 차례 막은 택시기사

1450만원 가로채 달아나는 피의자 설득
고속도로 휴게소서 "차가 고장 났다" 시간 끌어
"빨리 검거해 피해금 모두 찾았다"

택시기사의 기지로 두 차례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피해를 막아 화제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A(48·여)씨를 사기(방조) 혐의로 붙잡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2시30분쯤 제천시 장락동 한 공원 주차장에서 피해자 B(51)씨를 만나 현금 1450만원을 받아 가로챈 뒤 택시를 타고 대전으로 달아나려다 붙잡혔다.

사진=뉴시스

전환 대출 미끼의 보이스피싱 수법이었다.

당시 A씨는 돈을 받고 택시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택시가 고속도로로 나간 상황에서 경찰은 콜센터를 통해 택시기사와 연락이 닿았다.

경찰은 택시기사에게 A씨가 보이스피싱 피의자임을 알렸다.

택시기사는 “지금 자수하면 더 큰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A씨를 설득했다.

A씨는 결국 자수를 결심했다.

택시기사의 기자는 다른 곳에서도 빛났다.

지난달 16일 낮 12시30분쯤 제천시 하소동 도로에서 C(28)씨는 D(53·여)씨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건네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하려 했다.

C씨는 “은행 대출금을 저금리로 바꿔 주겠다”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장에 설치된 방범용 CC(폐쇄회로)TV를 검색해 C씨가 탄 택시를 확인하고 택시기사와 연락했다.

택시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경찰과 연락이 닿은 택시기사는 “LPG 가스를 넣겠다” “차량이 고장 난 것 같다”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고속도로순찰대가 긴급 출동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C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거책들이 추적을 피하고자 주로 택시를 이용하는 점에 착안해 택시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며 “빨리 피의자들을 검거해 피해금도 모두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천=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