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 옥죄면 불법 사금융 내몰릴수도···"DSR 손질 정교해야"
주담대 증가액 절반이 정책모기지
커버드본드 은행에 예수금 한도 상향
중도상환 수수료 한시 면제 검토
대출 증가세 가파른 은행 별도관리
금융 당국이 올 9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추가 관리 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10월 가계대출은 지난달보다 6조 3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월간 기준 올 들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도 7개월 연속 이어졌다.
당국이 내놓은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예외 항목을 정비하기로 한 것이다. 당국은 그간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이어 DSR 등 고강도 규제를 도입하면서도 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등 정책금융상품과 전세대출 등은 예외로 뒀다.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해당 대출까지 DSR에 포함하면 차주의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국이 예외로 둔 항목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특례보금자리론(정책모기지) 대출과 디딤돌 대출은 올 6월부터 10월까지 매달 3조 원가량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주담대 증가액은 6조 원 안팎이다. 주담대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이 DSR 예외 대출을 통해 늘어난 셈이다.
규제 관리 밖에 있는 대출을 이대로 둔다면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 뒤 진행된 브리핑에서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회의 참석자들은 DSR 규제를 더욱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면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범위를 보고 점차적으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이 DSR 예외 항목을 대거 손질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국 내에서는 예외를 없앨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전세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이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DSR 산정 때 전세대출을 새로 포함할 경우 대출 길이 막힌 자영업자들이 자칫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거나 돈을 구하지 못해 도산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의 한 인사는 “가계부채의 뇌관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다중채무자들이 안은 빚인데 부채를 줄이겠다며 돈줄을 틀어쥔다면 취약차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되고 곧 뇌관에 불이 붙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을 비롯해 DSR 예외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니 (예외 조항 정비를) 일단 검토는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은행이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늘릴 수 있도록 추가 인센티브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이 매 분기 납부하는 예금보험료를 산정할 때 고정금리 취급 실적에 따라 비용을 차등하는 식이다. 장기·고정금리 대출 자금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커버드본드의 은행의 예수금 인정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외 은행별 대출 추이를 살펴 증가세가 가파른 은행에 대해 별도 관리 방안을 논의한다. 김 팀장은 “은행의 총량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 등 금융 당국의 규제 의도와 다른 상품이 나와 조치를 취했는데 이처럼 상황에 맞춰 긴밀하게 소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차주가 조기 상환 때 은행에 내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차주가 부담 없이 낮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주요 9개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대출 심사를 강화해 증가 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은행들은 이달 이후 실수요자 정책자금 외에 가계대출은 점차 줄여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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