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당에 어른거리는 21대 총선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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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임명 직후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며 영남 중진들의 수도권 차출이나 2선 후퇴 등 '물갈이론'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혁신위는 또 지난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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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혁신 담은 '이기는 공천'을
오정근 前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임명 직후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며 영남 중진들의 수도권 차출이나 2선 후퇴 등 ‘물갈이론’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혁신위는 또 지난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20% 물갈이론도 나온다. 당이 사느냐 죽느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유지되느냐 몰락하느냐의 중대 고비가 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험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과거 당의 조직강화특별위원을 지낸 경험으로 보면 당은 허술하게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21대 총선을 대비해 국정철학, 의정활동, 여론조사 결과, 면담 결과 등 여러 항목을 점수화해 하위 20~30%를 교체했고 경합 15개 지역은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하기도 했다. 비밀 당무감사 결과도 반영한다. 그 결과 청년 당협위원장이 30여 곳 선발돼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런 결과를 무너뜨린 것이 통합이란 이름으로 선거 불과 한 달여를 남겨두고 자행된 물갈이 공천이었다.
당시 현역 교체율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미래통합당 현역 의원 교체율은 43%였다. 반면 민주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은 27.9%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대승했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경제 붕괴, 조국 사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 심판에 대한 요인이 차고 넘쳤는데도 미래통합당은 대패했다. 당의 지도력과 시대정신 비전의 부재 등 여러 원인이 지적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공천’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거뒀다. 지역구(253석)에서 163석(64.4%),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47석) 중 17석(36.2%) 등 총 180석(60.0%)을 차지했다.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 121석 중 103석(85.1%), 호남권 28석 중 27석(96.4%), 충청 28석 중 20석(71.4%)을 석권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얻어 103석(34.3%)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수도권에서도 서울 8석, 인천 1석, 경기 7석 등 겨우 16석(13.2%)을 얻는 등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통합을 앞세우고 들어온 그룹은 30여 명 가까운 후보가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공천받아 대부분 낙선했다. 설상가상 이들이 공천받은 지역에서 수년간 당협위원장으로 지역 기반을 다진 젊은 당협위원장들은 생면부지의 지역구로 밀려나 전부 패배했다. ‘퓨처 메이커’라고 부르며 청년 후보들을 ‘청년 벨트’라고 하는 험지에 공천해 모두 큰 차이로 패배했다. 입만 열면 청년을 외치며 새롭게 진입한 세력들이 청년 후보들을 이렇게 몰락시켰다. 설상가상 ‘돌려막기 공천’ ‘사천 논란’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돌려막기 공천을 받은 중진들도 대부분 낙선했다. 이런 과정에서 줄잡아 50~60여 석이 날아갔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혁신성을 보여줘야 할 ‘능력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이 필요하다.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 지역 돌려막기 공천은 필패한다는 것을 지난 총선이 보여줬다. 혁신위의 주장에서 어른거리는 지난 총선 참패의 데자뷔가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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