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한파' 매섭지만…전기차·소부장·트래블테크엔 돈 몰렸다 [긱스]

김종우 2023. 11. 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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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벤처투자 '반짝 훈풍'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지만
1~3분기 누적 투자는 32% 줄어
전기차 관련 투자 2년새 3배 증가
대영채비·에버온·에바에 뭉칫돈
소부장·트래블테크도 성장세 지속

지난 3분기 벤처투자 시장에 ‘반짝’ 훈풍이 풀었다. 하지만 ‘벤처 붐’이 일던 2021년에 비해 투자액이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신규 펀드 결성액도 지난해보다 줄어 여전히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침체 속에서도 투자 증가세가 두드러진 분야가 있었다. 반도체 등 딥테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는 몇 년간 꾸준히 자금이 몰렸고, 전기차 시대를 이끌 충전기·배터리 등 관련 분야는 2년 새 투자가 세 배로 증가했다.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트래블테크 스타트업도 재기의 날개를 펴고 있다.

 ○여전히 움츠러든 벤처투자

그래픽=이정희 기자


8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집행된 신규 벤처투자액은 1조44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했다. 올 2분기와 비교하면 8.6% 늘어났다. 다만 1~3분기 누적으로 보면 벤처투자액은 3조69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조4372억원) 대비 32% 적다.

지속되는 투자 혹한기는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벤처투자액은 646억달러(약 86조7000억원)로 2분기 대비 11%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3% 줄었다. 1~3분기 누적으로 놓고 보면 45% 감소했다.

 ○불붙은 전기차 경쟁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한 분야도 있었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기차 분야(충전기, 배터리, 전기에너지) 스타트업·중소기업에 흘러들어간 투자액은 2273억원으로 집계됐다. 팁스 선정 등으로 인한 지원금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시 조달액 등은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1167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2021년(761억원) 대비 세 배로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 가장 큰 투자를 유치한 전기차 회사는 대영채비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으로부터 1200억원을 조달했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급속충전 분야 국내 1위 사업자다. 전국에 8000여 기의 급속충전기 인프라를 보유했다. 월 1만~2만원대의 구독 요금제를 선보였다.

완속충전기 분야 선두권 업체인 에버온은 7월 5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LG CNS 자회사로 출범해 2016년 분사한 이 회사는 회원 10만 명, 충전기 2만5000여 기를 보유했다. 그 밖에 자율주행 충전 로봇, 카트형 충전기 등을 내놓은 에바는 7월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220억원을 끌어모았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 분사 기업인 이 회사는 지금까지 전국에 완속충전기 2만 기를 공급했다.

 ○날아오른 소부장

반도체·디스플레이와 3차원(3D) 프린팅·화학·소재 같은 소부장, 딥테크 분야엔 3분기에만 2173억원이 흘러들어갔는데, 투자 혹한기에도 지난해 3분기(1992억원)보다 규모가 커졌다. 2021년 3분기(1043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으로 투자액이 늘었다.

데이터처리가속기(DPU)를 만드는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 망고부스트는 700억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DPU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시스템 운영 시 사용되는 서버의 과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시스템반도체의 한 종류다. 김장우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창업한 이 회사는 시드(초기) 투자에서 130억원을 끌어모으며 주목받기도 했다.

반도체 설계 솔루션 회사 세미파이브도 675억원을 조달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국내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중 한 곳이다. 또 스마트팩토리 외관 검사 솔루션을 가진 세이지리서치는 155억원을 끌어모았다. 2017년 문을 연 이 회사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제품 외관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파악하는 솔루션을 내놨다.

 ○탄력받는 트래블테크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여행업계도 반색했다. 올 3분기까지 트래블테크 스타트업엔 1890억원의 투자가 몰려 지난해 같은 기간(1732억원)보다 투자액이 늘었다.

캠핑용품 브랜드로 유명한 헬리녹스는 1200억원을 유치해 이 분야에서 올해 가장 큰 금액을 조달했다. 또 ‘한 달 살기’ 숙소 예약 플랫폼인 리브애니웨어는 시리즈A 투자로 50억원을 유치했다. 이 플랫폼은 엔데믹을 타고 앱 다운로드 130만 건, 연 거래액 140억원을 넘어섰다. 또 여행 계획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리어는 빅베이슨캐피털,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숙박 스타트업 지냄, 베트남 호텔 예약 서비스 고투조이 등도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의 임혜민 대표는 “국내 방문 외국인 여행객이 다시 월 1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며 “여행산업 자체가 활기를 띠고 있어 앞으로 우상향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받을 곳은 받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벤처투자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여전히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악재까지 겹쳤다. 장원열 카카오벤처스 수석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의 양극화가 지속되는 등 내년 투자 시장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망 분야에는 계속해서 투자가 몰릴 것으로 진단했다.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딥테크와 소부장 분야의 투자는 지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거시 환경의 불확실성 지속이 우려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포함한 AI 발전과 로봇의 적용이 산업계 전반과 일상에 폭넓게 스며들고 있어 수익모델을 갖춘 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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