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어른, 큰 화면으로" 백상 수상작 '어른 김장하', 스크린으로 옮긴 감동(종합)

김선우 기자 2023. 11. 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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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의 묵직한 감동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김현지 감독)'는 한 도시에서 60년 넘게 펼쳐진 기적 같은 어른의 이야기. 더 나은 우리가 되고 싶게 만드는 '진짜 어른'을 만나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어른 김장하'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현지 감독,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김주완 기자, 사회복지법인 한울타리 정행길 이사장, 전 명신고 교사 이달희, 김장하 장학생 출신의 김종명, 정경순 주무관이 참석했다.


'어른 김장하'는 MBC경남의 방송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킨 뒤 영화로 개봉하게 됐다. 앞서 '어른 김장하'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화제의 다큐멘터리로 떠올랐다.

105분의 러닝타임 중 하나도 덜어낼 장면이 없다. 감동의 향연이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짜 어른', '좋은 어른'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희망을 샘솟게 하고, 김장하 선생의 삶을 보며 절로 경건해진다. 김주완 기자가 그 의미있는 행보를 동행했다.

하지만 정작 시사회에서 김장하 선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마저도 김장하 선생다웠다. 김현지 감독은 "방송 버전은 나왔을 때 보셨다. 큰 말 없이 '수고했어요'라고 하셨다. 영화 시사 역시 초대드렸지만 안오신다 하더라.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예상대로 안오셨다"고 말했다. '어른 김장하'가 제작될 당시 김장하 선생이 당부한 이야기 역시 "자신을 우상화 하지 말아달라. 그건 너무 싫다"였다고.


그러나 '어른 김장하'를 보고 나면 그 자체가 교훈이다. 김현지 감독은 "지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러분의 애정이 큰 힘이 됐다"는 말과 함께 "사실 '어른 김장하'는 처음부터 영화로 만들어보자 싶었다. 영화로 먼저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정상 방송으로 먼저 한 거다. 성공적으로 영화 개봉을 하게돼 감개무량하다. 선생님 촬영을 허락받은 적은 없다. 공교롭게도 촬영을 시작할 때도 한약방 문을 닫기 위해 정리하고 계셨어서 공식 행사에 찾아가서 촬영했다. 어떤 것에도 곁을 내주지 않으시는데 장학생 이야기만 하면 풀어지시더라. 그래서 우리의 방법은 장학생을 섭외한 거다. 그렇게 1년을 하다 보니 선생님도 임해주신거 같고, 아직도 죄송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2019년에 기획서 쓸 땐 김주완 기자 섭외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끌어갈 키맨이 필요했다. 김주완 기자님이 글을 쓰셨다 들었고, 워낙 지역에서 유명한 기자시다. 나도 팬이었다. 전화를 드려서 같이 취재를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은퇴한 노 기자가 자신의 청년 시절 취재하던, 취재를 마무리한다 이야기를 찍고 싶다 하셨다. 그 자리에서 같이 하자 하셨다. 연출하면서 가장 잘 한 일이 김주완 기자님 섭외한 거라 생각한다"고 미소지었다.

김주완 기자는 "'줬으면 그만이지' 책을 썼다. 김현지 감독이 이 다큐를 만들기로 생각하기 이전부터 2015년부터 선생님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꾸준히 취재를 해왔고, 신문사 현직에 있을 땐 취재에 전념할 수가 없어서 2021년 마지막으로 2022년에는 본격적으로 선생님 취재를 마무리짓고 책을 쓰려 마음 먹었던 차에 그 쯤 김현지 감독 전화가 왔고 만들자 했다.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다큐를 많이 만들었더라. 그래서 같이 하자고 동의했다. 과거 선생님이 학교 헌납한다 했을때, 인터뷰 거절 당했을 때, 이후부터 김장하 선생님의 팬이었다. 91년부터 32년 동안 기자생활 해오는 동안, 어떤 판단을 하게될 일에 부딪힐 때 이 일이 김장하 선생님께 누를 끼치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았다.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끄럽지 않게, 실망시키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오다 보니까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 같다"고 뜻깊은 소회를 전했다.

김장하 선생은 셀 수 없이 많은 장학생을 후원했고, 명신고를 국가에 헌납, 이후로도 여성 인권 운동에 힘쓰는 등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했다.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님의 경우에 우리 지역 시민 단체, 또는 문화 예술 단체 수많은 장학생 지원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된 건 여성 운동, 여성 단체까지 지원하셨단 건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보수적인 경상도 어른이시고 여성 문제에 있어서는 선생님도 보편적인 그 연배 어르신들처럼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선이 있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취재 과정에서 전혀 아니더라. 나도 놀라웠다" 덧붙였다.

방송과 영화버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김현지 감독은 "추가 촬영은 안했다. 원본 촬영을 더 한 건 없다. 쿠키 영상 휴대폰으로 찍은 거 빼곤 추가 촬영 불편해 하셔서 찍지 않았다. 기존 촬영분으로 영화적 내러티브가 강조될 수 있도록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촬영 이후 김장하 선생의 근황은 어떨까. 김 감독은 "은퇴 이후로 평범한 삶을 살겠다 했는데 방송 이후 유명해지셔서 인터뷰 요청, 수상 요청 등이 많아서 힘들어 하신다. MBC경남 임직원 모두가 죄송해하고 있다. 편하게 지내질 수 있게 지켜드려야겠다 마음 먹고 있다. 파크 골프 치시고 NC 야구장도 가시면서 지내고 계신다. 김장하 선생님의 일상을 지켜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어른 김장하'를 위해 김장하 선생와 함께 일을 했거나 장학생들도 기꺼이 시사회장을 찾았다. 이들은 모두 "은혜를 갚으러 왔다. 불러 주셔서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장하 선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장학생 출신의 김종명 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대학교 입학했는데 당장 등록금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선생님들이 소개해주셔서 대학교 4년간 장학금을 받게됐다"고, 정경순 씨는 "난 오랫동안 받았다. 중2때부터 받고 고등학교 3년 받고 재수를 1년 하고 대학교 4년까지 받았다. 진주여고 졸업하고 이화여대 시험을 쳤는데 떨어졌다. 무슨 배포로 찾아뵙고 재수한다고 했다. 그러다 결국은 재수해서 이화여대 갔다. 내가 생각했을 땐 부모님께는 내 인생을 얻었지만, 삶을 얻었지만, 선생님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기초를 다져주신, 어쩌면 부모님 같고 나무 같고 큰 오빠 같다. 존경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마음을 전했다.


'어른 김장하'를 보면 자연스레 '김장하 정신'을 떠올리게 된다. '어른 김장하'에 출연한 이들은 "김장하 선생을 보면서 부끄럽게 살지 않기 위해 나 또한 노력하게 된다. 삶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간담회로 이어진 질문에 김현지 감독은 "성실함인 듯 하다. 가장 위대한 게 60년 동안 한약방 일을 포기하지 않은 거다. 매일 차곡차곡 조금씩 쌓여온 성실함과 사람이 사람을 도와야지라고 생각하고, 도우면 뭔가 좋아지겠지 큰 힘이 김장하 정신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주완 기자는 "진주정신도 있고 평등, 차별 없는 세상이 있겠지만 김장하 선생님의 삶과 그 태도에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건 대가를 바라지 않은 마음 같다. 간섭하지 않는다는 그 원칙 그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 이런 게 생기는 큰 원인이 대가를 바라는 마음인 거 같다. 김장하 선생님은 장학금을 주면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 이런 주문조차 하지 않으셨다. 학교 운영을 하면서도 교사들한테 '이런 교사가 되어야 한다. 이런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주문 일체 하지 않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행길 이사장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자연스러움. 나대거나 영향을 행사했노라 그런 거 없이 자연스러움으로 봤다"고, 이달희 씨는 "딱 성실함과 근검절약 두가지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지 감독은 "큰 어른은 큰 화면으로 보셨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보면 또 다른 감동이 올 것"이라며 "김장하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분인데 사실 선생님이 하셨던 교육, 여성, 복지, 문화 예술 다 우리 사회가 국가가 했어야 했던 일들이다. '선생님 너무 대단하시다' 칭송하지만 그렇게만 하고 끝나면 안될 거 같고, 국가와 우리가 나눠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JTBC엔터뉴스, (주)시네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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