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돈만 썼다”…일회용품 규제 철회 두고 ‘와글와글’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11.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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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기간 종료 직전 사실상 ‘규제 포기’
플라스틱 빨대 등 대체품 마땅치 않아
선심성 정책 비판도…지자체와도 엇박자
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친환경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시행되어 온 일회용품 규제가 사실상 철회됐다. 관련 정책이 미비한데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인데 일선 현장은 물론, 환경단체와 기업들이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년간 시범적으로 시행해온 일회용품 규제 정책 중 종이컵·플라스틱 빨대·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무기한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이 규제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시행된 뒤 1년 계도기간이 부여된 상태였다.

정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 이전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편의점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달라는 손님과 아르바이트생이 충돌할 일도 없게 됐다.

반가운 일일 법 하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예고 없이 바뀐 탓에 일선 현장에서는 일부 혼선도 빚어지는 분위기다. 매경닷컴이 이날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 일대에서 만난 소상공인 중 일부는 계도기간 규제에 동참했다가 ‘괜한 돈을 썼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솔직히 큰돈은 아니어서 잊어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는 있다”면서도 “지난주에 녹말 빨대를 대량으로 수백개 구매해 놨었다. 하루아침에 정책이 바뀐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 성남의 한 편의점 점주는 “비닐봉지를 달라는 손님들, 특히 밤늦게 술을 조금 마시고 오는 손님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다투는 일이 몇 번 있었다”며 “더 비싼 종이가방을 주기도 하고, 종량제 봉투를 대신 판매하기도 했는데 듣기 싫은 소리는 매번 우리가 들었다”고 지적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지난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11월 시행된 일회용품의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들 역시 그간 일회용품 사용 규제 등에 따라 다회용컵 반납기를 도입하는 등 일부 지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회용컵 반납기의 회수율이 높지 않았던 상황에서 기기는 그대로 유지해야 해 곤란했기에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가 한 발 후퇴한 것이라는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일회용품 규제에 나서면서 비닐봉지와 종이컵 사용량이 크게 줄었는데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낸 것이란 게 환경단체들의 시각이다.

녹색연합은 전날 환경부의 발표 이후 곧바로 “11월 7일은 환경부가 환경정책의 책임을 저버린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플라스틱이 아니니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명확한 대체 규제를 제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공공 부처와 엇박자를 내는 것에도 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매장 위치나 지자체 정책 등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 방식을 달리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서울시의 경우 환경부 지침과 관계없이 오는 9일부터 광화문 일대를 ‘개인 컵·다회용 컵 사용 촉진 지구’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회용품 사용 절감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끔 한다는 것인데 세부 지침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선이 일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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