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대출, 한은 금리동결에 가계부채 증가 계속···금융위 “우려할 만한 수준 아냐”

유희곤 기자 2023. 11. 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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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계속되는 데에는 정부가 경제운용의 중심추를 가계부채 축소보다는 부동산이나 경기관리에 더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정부가 40조원 넘게 공급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면서 경제주체들이 고금리에 점차 적응하고 있는 것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시장 폭락에 따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건설사 부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소비위축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잡기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6조3000억원 증가하며 올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이 5조2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조1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올 10월까지 34조7000억원이 늘었다. 1월과 2월에 전월 대비 각각 6000억원씩 줄었다가 3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본격화하고 주택 대출 규제가 완화됐을 때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공급액은 2월에 약 1조5000억원에서 3월에 약 7조4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이후 8월까지 매달 4조~5조원이 지급됐다. 지난달 말까지 공급액은 41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지난 3월2일부터 완화됐다. 다주택자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집값의 3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지난 7월(5조2000억원)과 8월(6조1000억원)까지 치솟자 정부는 9월27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대상을 연 소득 1억원 이하 차주와 주택 가격 6억원 이하로 제한했지만, 대출 증가세는 크게 꺾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장기간 금리동결도 가계부채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 1월에 연 3.50%로 인상한 후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연 4.50%에서 5.50%까지 공격적으로 올린 것과 대비된다.

한은이 금리동결을 한 것은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GDP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차주(돈빌린 사람)들의 부담이 훨씬 크다는 우려도 있었다. 변동금리 차주는 전체 대출의 70%가 넘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제는 통화당국이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들여다 봐야할 시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은이 매주 주말 F4회의(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창용 한은 총재·김주현 금융위원장·이복현 금감원장)에 참석하면서 경제정책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우려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이날 “과거 어느시기와 비교해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했지만 연간 증가율은 0%대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고 금융사 건전성, 가계 상환능력, 국제기구 평가 등을 고려하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이날 과거 저금리 시대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최근 가계부채 증가 폭이 사상 최대라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각 은행 가계대출의 항목별·용도별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증가 속도가 높은 은행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들에게 차주의 채무채무상환 능력 범위 내 대출심사 강화를 통해 대출관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증가세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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