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상을 향한 이건희 기부...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비 부담 개선할 것”(종합)
전국 권역 협력 네트워크로 데이터 구축 계획도 밝혀
“소아암과 희귀암 등 난치성 질환은 첨단 치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고가인데 의료 비급여라서 환자 부담이 큽니다. 환자들을 위해 일회성 치료비 지원이 아닌 문제 해결형 소아암·희귀질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치료 근거를 위한 데이터를 마련해 의료비 급여가 확대되도록 제도적 변화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김한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는 8일 서울대병원의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생명연구원 윤덕병 홀에서 소아암·희소 질환 극복을 위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진행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말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에 따라 유가족 후원 3000억원으로 시작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은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암·희귀질환사업단은 기부금을 재원으로 2021년 5월 설립됐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치료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단은 보다 근본적인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문제 해결형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김한석 단장은 “희귀 난치성 질환의 경우 치료도 어렵지만 의료비나 약값이 비싸고 정부에서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높은 경우가 상당하다”면서 “이 사업은 환자를 위한 고액 유전자 치료, 비급여 고액 유전체 검사비, 약제 연구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소아 심장병이나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약제 지원을 위한 근거가 되는 데이터베이스가 없어서 치료비 혜택 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으로 전국 병원과 협력해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환자 진단과 치료, 지원을 위한 제도 변화를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사업단은 3개 사업부로 나눠 소아암 1500억원(비급여 고액 유전체 검사비 및 면역·표적항암제 등), 소아희귀질환 600억원(희귀·응급 유전체 검사, 고액 유전자 치료 및 극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 소아공동연구 등 900억원(진단·치료기술·약제 연구개발 등)을 배정했다. 이를 토대로 표준화된 치료법을 구축해 전국의 환자 모두 동일한 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진단이 어려운 희귀질환에서 지속 가능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희귀질환센터장)는 “규명되지 않은 희귀질환만 전체 50%에 달한다”면서 “원인 모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적절한 진단을 받고, 가족과 긴 여정에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희귀질환이나 소아암에서의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연구 자료를 만들고 교육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기업의 사명 중 하나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제시했다.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어린이를 향한 것도 이 전 회장이 생전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강조한 것에서 유래한다. 사업을 추진한지 3년째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지방의 아픈 어린이들을 위한 치료 환경은 열악하다.
지방 대학병원 의사 구인난, 전문 인력 부족은 고스란히 어린이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지역 병원을 위해서 사업단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민현 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구경북 소아청소년 교수들이 지난 2년간 4~5명이나 그만뒀고, 이 자리를 메꾸는 전문의는 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의사가 없으니 소아암이나 난치질환을 겪는 어린이들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가야하는 불편함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 병원의 전문의들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현재의 연구를 토대로 10년 뒤에 진일보한 치료 지견을 제시하려면 미래에도 치료를 잘 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 전문의와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어 “지방 교수들은 환자 치료 뿐 아니라 연구까지 동시에 해야하는데, 시간 ·물리적으로 제약이 많다. 이 사업단이 잘 추진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위한 심리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미선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암 멘토 대표는 “소아암 환자를 돌보는 엄마나 아빠 등 보호자는 24시간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면서 “부모가 자기 스스로 정신적으로 돌봄을 하지 못해 고스란히 이 스트레스가 소아 환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장기적 치료를 하는 보호자를 위한 멘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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