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모인 한·미 우주기업 “우주항공청 서둘러야”...美 규제 완화 첫 언급
기업 간 협력·사업 절차 간소화 등 논의
“ITAR 등 구체적인 규제 완화 논의 없어 아쉬워”
한·미 우주기업 “우주항공청 신속 설립 필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이해 두 나라의 우주 기업들이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한국 우주 기업을 대상으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한미 우주산업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과 미국 우주 기업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두 나라의 우주산업 정책을 소개하고, 기업들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순으로 열렸다.
간담회에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루미르, 스페이스맵, 텔레픽스, 한컴인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한국 기업 6곳과 케이한 스페이스(Kayhan Space)와 보이저 스페이스(Voyager Space), 레오 랩스(LEO Labs) 등 미국 기업이 6곳 등 모두 12곳이 참가했다.
한국과 미국 우주 기업들은 두 나라의 교류를 기반으로 우주산업 분야 협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날 오전에 열린 시라그 파리크(Chirag Parikh) 미국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의 연설과 우주산업 정책 관련 세션에서는 우주산업과 관련된 행정절차 간소화에 대한 언급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식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위성활용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아시아 파트너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미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이나 다양한 행정절차를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을 통해 새로운 협력을 도모하는 기업도 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 기술을 기반으로 우주 상황인식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페이스맵은 미국 케이한 스페이스와 협력을 논의 중이다. 케이한 스페이스는 전기 추진기를 이용해 우주를 비행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김덕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창업한 스페이스맵은 올해 12월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최하는 ‘제2차 국제궤도잔해회의(IOC 2023)’에서 자체 개발한 우주 상황인식 소프트웨어를 발표할 만큼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케이한 스페이스는 앞으로 제공할 서비스에 스페이스맵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방안이 있을지 검토 중이다.
시아막 헤사르(Siamak Hesar) 케이한 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이스맵은 여러 위성 궤도를 측정하고 교차점을 예측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도 비슷한 사업을 구상하는 만큼 스페이스맵의 정확도와 속도를 평가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에 큐브위성을 실어 보냈던 한국 위성업체 루미르도 제작 중인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체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이봉은 루미르 경영지원부장은 “사전에 루미르가 만드는 초소형 SAR 기술에 관심을 보인 기업이 있고, 충분히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군집위성을 발사해 좋은 데이터를 얻고 미국 기업과 협력한다면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과 같은 우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핵심적인 규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ITAR는 인공위성 자세제어나 위치추적 등 미국산 핵심부품이 들어갈 경우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다. 다른 해외 국가가 한국 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발사할 때도 위성에 미국의 핵심부품이 들어갔다면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우주산업 관계자는 “파리크 미국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이 ITAR 규제는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규제는 내버려 둔 채 원론적인 논의만 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주 스타트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투자사 스타버스트 에어로스페이스(Starburst Aerospace)의 제이콥 스콰이어(Jacob Squire) 자문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협력을 위해 규제에 대해 협의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며 “한국 기업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검증된 성과를 내야 협력의 기회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설립이 지연되고 있는 우주항공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덕수 스페이스맵 대표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기업이 미국과 교류하기 위한 절차 등의 정보를 얻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우주항공청이라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으면 미국에 진출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인 케이한 스페이스의 헤사르 CEO도 “미국은 NASA과 공군, 우주군이 힘을 합쳐 소규모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며 “한국도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우주 인프라, 기술 역량을 빨리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