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2심 유죄...‘면담강요죄’ 추가해 무죄 뒤집은 검찰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가 8일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소속 가수 비아이의 마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고자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면담강요’ 혐의가 유죄로 인정받은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6-3부(이의영 원종찬 박원철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과 같이 징역 3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 재판부도 양현석의 보복협박 및 강요 혐의는 무죄로 봤다. 양현석의 질타, 회유 발언은 인정되지만 그가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제보자 한서희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한씨의 진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고 오히려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으며, 이에 보복협박의 요건인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심 무죄 판결에 검찰이 항소하며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는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실질적 대표란 점을 이용해 소속 연예인의 마약류 범행의 진술 번복을 요구했고 실제로 번복함에 따라 내사가 종결됐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이 제약됐을 뿐 아니라 형사사법 기능의 중대한 사회적 법익이 상당 기간 침해돼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2019년 공익신고 이후 수사 재개로) 비아이의 처벌이 이뤄졌고 피해자(한서희)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양 전 대표는 비아이가 마약류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잘못된 믿음 아래 범행한 것으로 보여 위력 행사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양현석은 2016년 8월 마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가수연습생 출신 한서희가 YG 소속 그룹 아이콘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 혐의를 진술하자 수사를 무마하려 한씨를 회유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아이는 2021년에야 뒤늦게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당초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혐의로 양현석을 기소했지만,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2심에서 면담강요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면담강요죄’에 대해 “양현석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제보자를 사옥에 불러 번복을 요구한 것은 위력 행사에 해당함이 매우 자명하다”며 “반드시 유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1심 무죄를 뒤집었다.

양현석은 선고 후 “면담강요 유죄에 상고할 계획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앞서 양현석은 최후 진술에서 “지난 4년간 여러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조용히 바랐다”며 “이제 본인 자리로 돌아가 K팝을 이끌어갈 후배 가수를 마음껏 양성하고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2심 유죄 판결로 YG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활동이 다시 위축될 전망이다. 양현석의 상고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