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 운동화·저작권 고의 침해…'성역' 건드리는 작가 미스치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소금 한 알보다도 작은 초소형 핸드백, 사람의 피 한 방울을 바닥에 넣어 666켤레를 제작한 '사탄 운동화', 예수와 협업(컬레버레이션)한다며 운동화 밑창에 성수를 넣은 '예수 운동화'….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작품들은 모두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작가 집단 미스치프(MSCHF)가 만든 것이다.
이들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는 미스치프의 개인전이 10일부터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 케빈 위즈너, 루카스 벤텔, 스티븐 테트롤트가 설립한 미스치프는 현재 30여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움직이며 작업하고 있다.
지난 4년여간 제작한 200여점 작품 중 100여점을 선별해 회고전 형식으로 열리는 전시에는 '장난짓'(Mischief)라는 작가명처럼 도발적이면서도 위트가 담긴 작품들이 가득하다.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Nothing is Sacred)라는 전시 제목처럼 이들의 작업 소재에는 '성역'이 없다.
'경고장 그랑프리'(C&D Grand Prix)는 코카콜라와 디즈니, 아마존, 테슬라, 써브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스타벅스 등 8개 대기업의 상표권을 의도적으로 침해한 작품이다. 미스치프는 지난해 이들 기업의 로고를 이용한 옷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이들 기업 중 가장 먼저 상표 침해를 중단하라는 경고장(C&D)을 보낸 업체를 우승자로 선정하고, 우승자 기업의 로고가 찍힌 옷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우승자 모자를 추가로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시장에는 이렇게 제작한 의류들과 '우승자'가 된 써브웨이에서 보낸 경고장이 동시에 걸렸다.
미술사 속 작품들도 성역이 아니다. 미스치프는 2021년 앤디 워홀의 1964년 작품 '페어리스'(Fairies)를 2만달러에 구입한 뒤 자신들이 똑같이 만든 복제품 999점과 함께 팔았다. 1천점 중 단 한 점만 워홀의 진품이었지만 보증서까지 정교하게 복제돼 진품과 복제품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미술 시장에서 진품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이다.
실제 수백∼수천만원이 청구된 의료비 청구서를 대형 회화로 제작한 뒤 이를 팔아 수익금 약 1억원으로 실제 청구서 주인의 의료비 빚을 갚아준 '의료비 청구서 회화' 프로젝트에서는 미국의 의료 부채 문제를 다루며 현대 사회의 비합리적인 구조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전시작 중에는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를 소재로 게임 프로그램과 5만원권 지폐 이미지를 이용한 작품 등 한국과 관련된 작품도 있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8일 기자들을 만난 미스치프 멤버 3명은 자신들을 최고경영자(CEO),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로 소개했다.
가브리엘 웨일리 CEO는 작업 방식에 대해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데 비밀스러운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분도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일리 CEO는 이어 "우리는 공동의 언어를 사용해 기회를 탐색하고 그 속에 자신의 관점을 녹여내는 활동으로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낸다"면서 "우리의 공동 언어는 뭔가를 창조하고 창출해 내는데 집착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빈 위즈너 CCO는 "미스치프의 정의는 작가 그룹이자 하나의 사업체"라며 자신들을 앤디 워홀의 스튜디오였던 '팩토리'에 비유했다.
위즈너 CCO는 허스트 역시 많은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를 보다 더 정교한 형태로 하고 있다"며 "우리의 작업 구조는 많은 예술 작업을 창출할 수 있고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루카스 벤텔 CCO는 "우리는 '농담으로도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는 영역을 건드리고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싶다"면서 "힘 있는 거물이나 대기업, 브랜드 같은 영역을 자꾸 건드리고 세상을 작동시키는 시스템을 건드려야 필요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3월31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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