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년 전기료 3조 육박할 듯…산업계 '수익성 방어' 비상

이준기 2023. 11. 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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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용 요금 kWh당 최대 13.5원↑
전문가 "전기 낭비 요소 없는지 살펴야"

[이데일리 이준기 김은경 김응열 기자] “가뜩이나 업황이 힘든데 전기요금까지 오른다니 비용 측면에서 부담되는 건 사실이죠.” (반도체 업계 관계자)

정부가 8일 천문학적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고자 산업용, 특히 대기업용 전기요금에 한해 평균 kWh(킬로와트시)당 10.6원(6.9%) 인상하기로 하자 산업계에선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에 이어 전기료까지 올라 수익성 방어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반도체 “적자 지속하는데”…가전 “소비자 부담 커질 것”

삼성전자는 2021년 국내에서 1만8412GWh의 전력을 사용해 1조7460억원의 전기요금을 납부했다. 요금이 21% 오른 지난해에는 2조원 이상, 내년엔 3조원에 육박한 전기료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준 사용 전력을 모두 한전에서 사온다고 가정해 대기업 대상 요금인상(KWh당 13.5원)분을 단순 적용할 경우 늘어나는 전기요금은 약 3822억원에 달한다. 실제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간은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수적이다. 냉난방에 많은 전기가 소요되고 공장 내부에는 오염물질이 없어야 하는 탓에 공기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데도 상당한 전기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노광장비, 이온 주입기, 식각 장비 등 첨단 장비에도 많은 전기가 들어간다. 전기료 인상은 반도체 기업엔 가장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한 기업은 SK하이닉스로, 2021년에만 9209GWh(8670억원)를 썼다. 이어 현대제철 7038GWh(6740억원), 삼성디스플레이 6781GWh(6505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 6225GWh(5862억원) 등의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나 투자 집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부담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업계가 적자 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전기료 인상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는 B2B(기업간거래) 거래인 만큼 전기료에 비해 메모리 수급 상황과 고객의 의향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했다. 반면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원가 부담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사진=AFP
철강·석화도 우려…“연 2000억 이상 추가 비용”

철강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철광석·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 가운데 전기료 인상까지 겹쳐 부담이 가중될 게 뻔하다. 당장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 사용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한다. 실제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원료 가격 상승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8.8% 감소한 영업이익 228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는 전기료가 1kWh당 1원 인상되면 연간 2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 kWh당 10.6원 인상분을 단순 계산 시 연간 2120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로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 수요가 악화하면서 원가 부담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철강 제품 공세에 더해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 제품까지 시장에 쏟아지면서 철강사들은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전기료 인상에 대한 불가피한 상황은 이해되나 너무 큰 폭으로 갑작스레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철강 시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철강사들에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석유화학 및 정유업종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공장은 펌프 등 전기가 필요한 설비들이 상시 가동되야 한다”며 “이번 요금 인상에 따라 제조원가가 올라 비용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철강 제품.(사진=현대제철)
경제계 “원가주의 입각한 가격체계 정착되길”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작년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에 높은 인상률을 차등 적용한 결과 올해에는 원가가 더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을 역전한 상황까지 왔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추가 인상으로 그 격차가 더 커져 전체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될 수 있도록 원가주의에 입각한 가격체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규종 그린에너지지원센터장 명의 논평에서 올해만 두 차례의 전기료 인상으로 기업 원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만 추가로 올리는 건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하므로 요금 인상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물가폭등, 서민부담을 고려해 주택.소상공인 요금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것”이라며 “다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전기요금이 저렴한 만큼, 기업들은 전기 관련한 전략을 다시 살펴보고 낭비 요소는 없는지 최대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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