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골법용필 극치…학고재, 박광수 '구리와 손'[박현주 아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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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글우글 붓질이 폭주하는 그림은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듯 잠자던 본능을 일깨운다.
"그림 안에는 불완전한 덩어리와 그것을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만드는 또 다른 덩어리인 인간이 등장합니다." 반짝이고 산화하며 연청색으로 변해 가는 구리의 색에 매료되었다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 구리의 색을 인간의 손과 발에 입혔다.
이런 측면에서 숨이 멎을 정도로 현란함의 극치를 보이는 그림은 작가의 '뇌 같은 손'의 울부짖음이자, 진흙탕 같은 세상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화가의 야성미에 홀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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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글우글 붓질이 폭주하는 그림은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듯 잠자던 본능을 일깨운다.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를 굴레의 소용돌이를 휘감으며 원시에서 문명으로 문명에서 원시로 내달리게 한다. 그 한복판을 지배하고 있는 건 인간으로, 현란함과 혼란함을 온몸에 두른 채 볼수록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펼치는 박광수 작가의 개인전 '구리와 손'은 오랜만에 신선하고 독특한 회화의 맛을 전한다. 우글거리는 화려한 색채와 필치에도 선들이 생동하는 '골법용필(骨法用筆)’ 드로잉이 돋보인다.
화면을 가득 채운 현란한 채색과 기운 넘치는 속도감, 짜임새와 무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전 아크릴 작업에서 벗어나 유화로 그려진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기름기가 더해져" 진득하고 담백해졌다. 평면속에서도 입체감을 전하는 그림은 작가가 만든 붓놀림 기법이 만든 흔적이다. 물감을 더하고 지워내 동서양 회화의 장점을 압축했다.
미술사의 레퍼런스가 화면 구성에 작동된 그림은 장르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독창적이다.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유년기에 숲과 자연을 사랑했다는 마음이 스며있다.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현대미술에서의 구상적 회화(figurative painting)임에도 산수화의 구성이 보이는가 하면,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회화에서처럼 사물과 환경이 주인공과 일체화되는 형식에 근접한다"며 "기하학과 수학으로 계산하는 서구의 선원근법(linear perspective)과 달리 산수화는 산속을 거닐며 화가가 온몸으로 느꼈던 풍경의 생생한 생명적 체험을 그려낸 것처럼 박광수의 체험적 화풍은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많은 경우 본인이 처한 가혹한 상황을 감내해 내고 있다. 그 끝은 대부분 실패인데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림에서 색들이 충만하게 매혹적이기도 위협적이기도 하며 서로 간의 강렬한 충돌로 그 세계가 극단적이길 원한다."(작가 노트)
'구리와 손'이라는 다소 엉뚱한 개인전 제목에 대해 학고재는 "‘구리(銅, copper)’와 ‘손(手, hand)’은 문명의 시원과 과정에 대한 은유"라고 했다.
“그림 안에는 불완전한 덩어리와 그것을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만드는 또 다른 덩어리인 인간이 등장합니다.” 반짝이고 산화하며 연청색으로 변해 가는 구리의 색에 매료되었다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 구리의 색을 인간의 손과 발에 입혔다. 만드는 자, 만들어진 자 모두를 '덩어리’로 통칭하며 작가가 이 둘의 관계를 표현하며 파생되는 여러 의미들을 내포한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손을 가리켜 눈에 보이는 뇌'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숨이 멎을 정도로 현란함의 극치를 보이는 그림은 작가의 '뇌 같은 손'의 울부짖음이자, 진흙탕 같은 세상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화가의 야성미에 홀리게 한다. (보일 듯 말듯한 그림 속 인물들의 손이 유독 크고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는 게 흥미롭다)
학고재 갤러리는 "박광수는 현재 국내외 미술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 등 미술계 관계자의 관심을 집중 시키는 대표적 청년 작가"라며 "이번 전시 작품(100호 크기 1000만 원 선)은 벌써 판매가 끝났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9일까지.
박광수 작가는?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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