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소녀 버팀목 … 이건희 남긴 '희망 씨앗'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11.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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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희귀병 연구 3천억 기부
서울대병원 소아암 사업단
3년간 연구과제 176건 수행
의료공헌 '1조 사회환원' 실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왼쪽 둘째)이 환아·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병원

4년 전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유리(가명·17)는 항암치료를 마친 지 2년 만에 백혈병이 재발하고 말았다. 오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지만 부작용으로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해야 했다. 중환자실에 혼자 남은 두려움과 항암치료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걱정에 유리의 마음은 더 힘들었다.

유리는 의사·간호사 선생님들의 응원 속에서 어려움을 버텨냈다. 서울대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회당 100만원에 달하는 검사비용 지원에 나선 것도 유리에게는 버팀목이었다. 일곱 차례의 검사를 무상으로 받은 유리는 일상으로 복귀해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유리는 이제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간호사의 꿈을 꾸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유가족이 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위해 2021년 기부한 3000억원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씨앗'으로 희망을 모으고 있다.

소아암과 희귀질환은 쉽게 정복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 또한 크다. 그러나 소아 환자는 사례를 수집하기 어렵고, 그 한계 탓에 표준적인 치료법을 확립하기도 어렵다. 이 선대회장 유족들의 기부금이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소아암·희귀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연구 자체에 초점을 맞춘 배경이다.

8일 서울대병원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 유족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2021년 설립된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은 지난 3년간 소아암 48건, 소아희귀질환 19건을 포함해 모두 176건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 선대회장과 유족들의 뜻에 걸맞게 일부 지역에 혜택이 한정되지 않도록 전국 160개 의료기관과 1071명의 의료진이 동참해 소아암·희귀질환의 근본적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1993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가운데)이 삼성서울병원 건설현장을 찾아 병실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전국 어린이 환자들에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치료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일회성 치료에 그치지 않고,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소아암·희귀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익사업은 이 선대회장과 유족들의 사회 환원에서 비롯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천했던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이 평생 수집했던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기증했던 사실이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지만,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 등 의료 공헌에 1조원을 기부한 사실 또한 의미가 크다.

특히 이 선대회장은 취임 초기이던 1989년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어린이 사랑'을 실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1990년 1월 '1호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전해들은 뒤 "진작에 하라니까"라고 말하며 크게 기뻐했다는 일화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의 유족이 소아암·희귀질환에 고통받는 전국 환아를 위해 기부한 것 역시 이 같은 유지를 받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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