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색 강한 'Mr. 소수의견'… 野, 또 낙마 시키기엔 여론부담
이균용 낙마후 33일만에 인선
이례적 사법부 수장 공백에
野 역풍의식해 통과 가능성
TK 출신, 안보엔 보수색
김명수 체제서 소신판결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
퇴임후 로펌 아닌 후학양성
조희대 전 대법관이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최종적으로 임명되기까지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사법부 수장 공백이 해소될지가 결정되려면 최소한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청문회다. 국회는 곧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꾸려 청문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청문회 실시 이후에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 있다. 최대 난관은 임명동의안 통과다. 이균용 전 후보자 역시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달 6일 낙마했다.
결국 통과 여부는 국회 다수 당인 더불어민주당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일단 조 후보자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야당 내부에서는 이균용 전 후보자 때와 달리 임명에 찬성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현행법상 대법원장은 만 70세가 되면 정년퇴직하게 돼 있어 조 후보자가 취임하더라도 3년 반 뒤에는 물러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퇴임(2027년 5월) 한 달 뒤에 해당한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어떤 대법관을 임명할지, 역대 판결 내역이 어떤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대법원장 임기가 빨리 끝난다는 것은 민주당으로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균용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이어 조 후보자까지 반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정치권에서 조심스럽게 '통과'를 전망하는 이유다.
임명동의안 표결이 11월 말이나 12월까지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또 부결되면 사법부 수장 공백은 거의 3개월에 달한다. 후임자를 또 찾고 임명까지 간다면 내년으로 넘어가게 돼 여론 역풍에 부딪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수장 역시 일시적인 공백 상태가 확실시된다는 점도 야당이 섣불리 반대를 외칠 수 없는 이유다. 유남석 헌재 소장 임기가 10일까지이고, 이종석 후보자 청문회는 13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산 정국 속에서 국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다른 이슈로 인해 여야 간 갈등이 폭발하면 조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야당에서 조 후보자의 보수 성향을 반대 이유로 삼을 수도 있다. 조 후보자는 대구·경북(TK) 출신의 대표적인 보수적 인사로 꼽힌다. 경북 경주 출신인 그는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법·부산고법 등에서 근무하고 대구지법원장을 지내는 등 활동 무대도 경상도 지역에 집중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받아 대법관에 임명됐다. 2017년 진보 색채가 강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많이 내 '미스터 소수 의견'으로 불렸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서 조 후보자가 소수 의견을 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라고 판단했지만 조 후보자는 "우리 헌법은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포함해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 국방부는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삼성 비리 의혹을 다룬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등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군내 반입을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가 위헌라고 주장했다가 무더기로 강제 전역을 당한 육군 법무관들이 징계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는데 조 후보자는 "향후 군인들이 불순한 의도의 집단행위를 해도 제재가 어려워져 군기 문란을 초래하고 국가 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도 조 후보자는 뚜렷한 보수 색채를 보여줬다. 대법원은 삼성이 최서원(최순실) 측에게 준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그는 뇌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보수 진영을 넘어서는 판결도 있었다. 조 후보자는 2018년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사건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들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에서 정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최초로 내렸다.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로펌에 가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활동해 전관예우 논란에서 비켜나 있다.
[우제윤 기자 / 최예빈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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